“시댁→시가, 친(외)할머니→할머니로”…서울시, 성평등 명절단어 제안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월 22일 14시 08분


코멘트

‘친가’와 ‘외가’ 대신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집사람’ ‘안사람’ ‘바깥사람’ 말고, ‘배우자’로 부르자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표현 대신 상대의 이름을 붙여 ‘○○님’으로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홍보물(단어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홍보물(단어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이 설 연휴를 앞둔 22일 ‘성평등 명절 단어장’을 선보였다.

재단은 지난 2018년 추석부터 조사한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이제는 꼭 써봐야 할 단어와 문장’을 선정해 카드뉴스 형식의 홍보물로 제작해 이날 발표했다.

재단은 ‘친가’와 ‘외가’ 대신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풀어 쓸 것을 제안했다. 아버지 쪽은 가깝게 ‘친할 친(親)’자를 쓰고, 어머니 쪽은 멀게 ‘바깥 외(外)’자를 써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할머니·친할아버지’ ‘외할머니·외할아버지’ 등으로 차별해 부르지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로 통일하자고도 제시했다.

재단은 남성 쪽 집안만 높여 부르는 ‘시댁’을 여성 쪽 집안을 부르는 ‘처가’와 마찬가지로 ‘시가’라고 바꿔 부르자고도 했다.

아울러 남성 쪽은 집 밖에서 일하고, 여성 쪽은 집 안에서 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집사람’ ‘안사람’ ‘바깥사람’이라는 말을 지양하고 ‘배우자’로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다.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표현 대신 상대의 이름을 붙여 ‘○○님’이라고 부르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계급이 있던 시대 상전을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되던 ‘도련님’ ‘아가씨’ 등을 가족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불편하고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에서다.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홍보물(문장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홍보물(문장편).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재단은 또 성별·연령별에 따라 시민들이 제시한 의견을 바탕으로 성평등 문장도 공유했다.

△“애미야 상 차려라, 애미야 상 치워라” 등의 말 대신 “이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바뀌었으면 한다”(60대 여성 의견 제시) △“여자는 나이 들면 안 팔려” “젊고 예쁠 때 얼른 결혼해” 대신 “결혼은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30대 여성) △“남자가 장가가려면 연봉이 높아야 할 텐데…” “집은 살 수 있겠니” 대신 “회사 잘 다니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니?”(30대 남성) △“남자가 되어 가지고” “여자가 되어가지고” 대신 “사람은 모두가 똑같은 사람” 등의 표현을 쓸 것을 권했다.

재단은 지난해 추석 명절 연휴 기간(9월 11일~9월 18일) 진행한 ‘성평등 명절 체감도’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810명·여성 718명 남성 92명)의 43.2%가 “전보다 성평등해졌다고 느낀다”(매우 성평등해졌다 14.9%, 약간 성평등해졌다 28.3%)고 답했다고 밝혔다. “똑같다”는 응답은 39.3%였고, 부정적인 응답은 12.3%로 나타났다.

다음 명절의 성평등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57.6%가 “성평등해질 것”(많이 성평등해질 것이다 23.6%, 약간 성평등해질 것이다 34.0%)으로 기대했다고 재단은 전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시민들이 성평등한 명절을 익숙하게 여기고, 다음 명절은 좀 더 성평등해질 것이라고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명절에도 성평등한 말과 행동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