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 2.0% 턱걸이…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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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2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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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들어 수출 감소율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대로 진입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적재된 컨테이너 © 뉴스1
지난해 12월 들어 수출 감소율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대로 진입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적재된 컨테이너 © 뉴스1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2.0%에 턱걸이하며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면서 경기 부진의 늪이 깊었다.

특히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민간 부문이 저조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투입에 나선 결과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 기여도가 1.5%p(포인트)에 달했다. 사실상 정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 해였다. 다만 연말께 민간의 소비와 투자 부진이 다소 개선되면서 1% 추락은 간신히 모면했다.

◇“재정·세금주도 성장”…정부가 성장의 75% 견인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GDP는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하면 2.01% 성장해 간신히 2%대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는 한은이 전망한 경제성장률과 일치한다. 다만 한은은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8년 1월 2.9%에서 같은 해 7월(2.8%), 10월(2.7%)에 이어 2019년 1월(2.6%), 4월(2.5%), 7월(2.2%), 11월(2.0%) 등 6차례에 걸쳐 0.9%p나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세금주도 성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체별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민간은 0.5%p, 정부가 1.5%p였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성장의 75%를 담당한 것이다. 정부 성장기여도가 민간 성장기여도를 앞지른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무역환경이 좋지 않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건설과 설비 투자가 2018~2019년 조정 과정을 거치며 여건이 악화됐고, 민간 부분 성장은 둔화되는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세계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며 “수출 중에는 반도체가 역할이 큰데 D램과 플래시메모리 둘 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갔다”고 말했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정부소비는 6.5% 증가해 2009년 6.7% 이후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에 그쳐 2013년(1.7%)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 증가율도 1.5%에 불과해 2015년(0.2%)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 및 설비 투자 부진도 이어졌다. 건설투자는 3.3% 줄며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계속된 2010~2012년 이래 처음이다. 설비투자 역시 8.1% 감소했다. 2009년(-8.1%)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다. 총고정자본형성을 보면 지난해 투자 부진이 경제성장률을 1.1%p나 갉아먹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 성장율은 1.4%에 그쳐 2009년(-2.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서비스업 성장율도 2.6%에 머물렀다. 건설업은 3.2% 감소하며 역성장세를 이어갔다.

박 국장은 경제성장률 하락세를 구조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박 국장은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어 과거 시계와 단순 비교해서 최저라고 하는 건 유의해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발표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5~2.6%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이 수치는 1998년(-7.0%)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실질 GDI가 마이너스라는 건 국민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뜻으로 체감경기와도 직결된다.

박 국장은 “실질 GDI는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며 “실제 생산한 것보다 구매력 차원에서 국민 소득은 덜 늘었다고 평가되고, 이는 체감 소득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해서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기여도 증가하고 투자도 플러스 전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1.2%로 ‘깜짝’ 개선세를 보였다. 정부가 이불용 최소화 작업에 매진해 재정집행률을 끌어올리며 4분기에도 재정에 기댄 성장을 했다. 주체별 성장기여도는 민간이 0.2%p, 정부가 1.0%p였다.

정부와 민간 소비, 설비투자의 증가세가 확대됐다. 정부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2.6% 늘었다. 이는 2018년 4분기(2.8%) 이후 최고치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 음식, 오락문화 등 서비스 등이 늘어 0.7%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1.5% 늘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증가로 전환했다. 전분기 6.0% 감소했던 건설투자는 4분기에 건물과 토목 건설이 모두 늘어 6.3% 증가했다. 이는 2001년 3분기(8.6%) 이후 최고치다.

수출은 기계류 등이 늘었으나 운수서비스 등이 줄어 0.1% 감소했다. 수입은 자동차 등이 늘었지만 거주자 국외소비가 줄어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박 국장은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0.2%p로 3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정부 기여도가 높아져 4분기 1.2% 성장을 했다”며 “민간 소비 기여도가 3분기 0.1%p에서 4분기 0.4%p로 증가하고 민간 투자 기여도가 -0.8%p에서 0.5%p로 플러스 전환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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