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 “금난새 가족관계부 姓, 김 아닌 금이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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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소송’ 지휘자 금씨 손 들어줘
원고 패소 원심 깨고 돌려보내… “순우리말 쓴 집안 특수성 인정”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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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지휘자 금난새 씨(73)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김’으로 표기된 성(姓)을 ‘금’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금 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김’으로 표기돼 있는 성을 ‘금’으로 바꿔 달라”며 낸 등록부정정 소송 상고심에서 금 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금 씨의 아버지인 고 금수현 작곡가는 1945년 광복과 함께 순우리말을 아끼자며 성을 김에서 금으로 바꾸었고 자녀들의 성도 금으로 지었다. 이처럼 한글 사용에 선구적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아 제10회 외솔상도 받았다. 이 상은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을 기려 만들었다.

아들 금 씨 역시 1947년 출생과 함께 ‘금’을 성으로 사용했다. 금 씨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이 ‘하늘을 나는 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한글 이름”이라고 했다. 금 씨는 1992년 아버지, 2017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2018년부터 상속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상속신청서상과 가족관계증명서상 금 씨의 성이 달라 상속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과거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때 금 씨의 성을 김으로 표기했던 것이다. 이에 금 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을 금으로 바꿔 달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은 바꿀 수 없다며 금 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이를 뒤집었다. 금 씨 집안이 순우리말을 사용하려는 생각으로 광복 이후 가족의 성을 계속 금으로 사용했고, 금 씨도 출생 이후 각종 사회적 활동에서 성을 금으로 썼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누구나 성을 김에서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금 씨 집안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금 씨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성에 대한 혼란을 정리하지 않으면 자손들이 대대로 비슷한 문제를 겪지 않을까 해서 낸 소송이다. 금 씨가 소송 결과를 듣고 기뻐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작곡가 금난새#순우리말#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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