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와 비행기 동승한 180명 추적… 24시간 비상체계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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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신종폐렴 비상]한국 경유 中관광객 첫 확진 판정
우한 거주자 고열로 입국장서 격리… 질본 “지역사회 노출은 없는 상황”
확진자 근접좌석 승객들 증상 체크
中 춘제 연휴에 대규모 해외 관광, 13만명 방한 예상… 보건당국 비상


중국과 태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사태 초기만 해도 중국 보건 당국은 “사람 간 감염이 이뤄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진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20일에야 ‘사람 간 전염’을 처음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오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초기 방역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가족 간 전염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트위터를 통해 “가까이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제한적인 사람 간 전염일 것”이라고 밝혔다.

질본에 따르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 국적 여성 A 씨(35)는 우한 거주자로 춘제(春節)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났다. 가족, 지인 등 5명과 함께 19일 우한을 출발해 이날 인천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A 씨는 일본에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한국을 둘러본 뒤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A 씨가 탑승한 중국난팡항공 CZ-6079편은 19일 낮 12시 11분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탑승교를 통과하자마자 게이트 검역에서 발열 증상이 포착돼 즉시 격리검사를 받았다. 앞서 A 씨는 우한에서 출국하기 하루 전인 18일 발열과 오한, 근육통 증상을 보여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감기 진단을 받았다. 질본 관계자는 “A 씨가 게이트 검역 단계에서 격리돼 지역사회 노출은 없었다”며 “동행한 5명은 현재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현재 인천의료원에 격리 치료 중이다. 동행자 일부는 한국을 떠났다.

질본은 A 씨가 탄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180여 명과 승무원 명단을 파악하고 있다. 이 중 A 씨의 좌석과 근접한 승객에 대해서는 14일 동안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신종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격리검사를 받은 이른바 ‘유증상자’는 총 7명. 이들은 바이러스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격리에서 해제됐다.


의료계에서는 우한발 신종 폐렴의 초기 확산 양상이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5, 6년을 주기로 동아시아에서 큰 전염병이 유행한다는 이른바 ‘주기설’ 관점에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돼 상당한 피해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고 춘제를 계기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 13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해외로 나가려던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신종 폐렴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메르스만큼의 전파력을 갖고 있는지는 중국 현지 정보가 확실히 공개돼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는 확산 초기에는 증세가 심한 대신에 전염력이 떨어진다”며 “하지만 바이러스가 점차 인체에 적응하면 전염력이 강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중국#코로나 바이러스#신종 폐럼#국내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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