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빠르게 확산되는데…中전염 상황 축소 발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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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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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이 전염 상황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밝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부터 시작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앞두고 대이동이 시작돼 확산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상하이(上海)에서 1명, 광둥(廣東)성 선전(深¤)에서 2명의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발원지인 허베이성 우한 이외의 중국 지역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을 거부했다고 SCMP가 전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17일 하루에만 17명의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우한 내 확진 환자는 총 62명으로 늘어났다. 우한시 당국은 17일 발표한 추가 환자들은 13일 이전에 발병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전염력이 강하지 않고 사람 간 전염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진 발표까지 며칠이 지난 데다 환자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밝히지 않아 당국의 대응이 투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우한시 당국은 “추가 환자 가운데 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최초 발생지인)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 간 적 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강조해온 동물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중국 본토 외 지역에서는 태국에서 2명, 일본에서 1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고 모두 중국인들이다. 홍콩에서는 18일 추가 의심 환자 9명이 발생해 지금까지 발생한 의심 환자는 90명에 달했다. 대만, 싱가폴, 베트남, 네팔 등에서도 의심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해외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는데 우한 이외 다른 중국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는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홍콩 빈과(瀕果)일보에 따르면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우한 현지 병원 의사가 진료 중에 감염됐고, 그의 부인도 감염돼 환자들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우한 진인탄(金銀潭)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자문을 제공하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감염증 연구센터가 ‘우한에서 모두 1723명의 환자가 발생(12일 기준)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 센터 닐 퍼거슨 교수는 “1주일 전보다 상황이 훨씬 우려스럽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을 고려하면 동물 접촉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 수 없다. 잠재적인 감염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 이어 미국도 17일부터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3개 주요 공항에서 우한 폐렴 유입을 막기 위한 검역을 강화했다. CNN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항공기 승객의 건강을 점검한 것은 2014년 에볼라 발병 기간이 마지막”이라고 전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질본)도 춘제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 의료계와 협력해 감시와 관리를 강화한다. 질본은 우한 방문 후 14일 이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곧바로 신고할 것을 지역 의료기관에 당부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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