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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90년 편견 ‘기생충’이 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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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90년 편견 ‘기생충’이 깨주길”

구특교 기자 입력 2020-01-17 03:00수정 2020-01-1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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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난 번역으로 화제 달시 파켓… 대학 영어강사로 1997년 첫 방한
‘8월의 크리스마스’ 본뒤 영화 빠져… “기생충 작품상 받을 확률 30%”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영화 ‘기생충’의 영어 번역을 했던 달시 파켓 씨가 학생들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이날 870여 명의 외국인 학생이 참여하는 고려대 국제동계대학(IWC)에서 그가 맡은 ‘한국 영화와 비주얼컬처’ 과목 마지막 수업이 열렸다. 고려대 제공
“영화 ‘기생충’의 도전이 미국 백인 중심적 성향이 강한 아카데미상에서 편견을 깨는 기폭제가 되길 바랍니다.”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한 건물에서 만난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씨(48·미국)는 유창한 한국말이 일품이었다. 아카데미상을 거론하자 그의 목소리가 한껏 들떴다. 파켓 씨는 사흘 전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영어 번역을 맡아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국 영화를 번역하며 한국적 정서를 ‘맛깔나게’ 잘 살린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나?’란 대사에서 ‘서울대’를 ‘옥스퍼드’로 바꾸거나, ‘짜파구리’를 ‘ramdong(ramen+udong)’으로 표현해 회자되기도 했다.


파켓 씨는 “3개월 전만 해도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최고 영예인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 다수가 백인이라 미국 역사 이야기나 백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주로 수상했기 때문이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시상식 이래 작품상 수상작은 모두 영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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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어제 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에 들어갔더니 영화 부문에서 ‘기생충’이 첫 번째로 나오더라. 시간이 갈수록 기생충의 인기가 미국에서도 커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 “최근 뜻밖의 영화들이 작품상을 받기도 해서 기대를 걸고 있다”며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30%’라고 내다봤다.

이날 파켓 씨는 외국인 학생 870여 명이 참여한 고려대 국제동계대학(IWC)에서 그가 가르쳐온 ‘한국 영화와 비주얼컬처’ 과목의 마지막 수업을 했다. 1997년 고려대 영어강사로 처음 한국에 왔다가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본 뒤 한국 영화에 푹 빠졌다. 2009년부터는 해마다 고려대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영화를 가르쳐왔다.

그의 수업은 1960년대 영화 ‘하녀’부터 2000년대 ‘공동경비구역 JSA’ 등 다양한 시대의 작품을 다룬다. 파켓 씨에게 계속 강의를 이어온 이유를 묻자 “헝가리에 가본 적 없어도 헝가리 영화를 보다 보면 그 나라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쉽게 접근하고 가장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영화다”라고 답했다.

16일 오후 1시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기 30여 분 전부터 외국인 학생들은 ‘봉준호’와 ‘박찬욱’ 등 영화감독 이름이 적힌 자료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왔다.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등 한국 영화의 특정 장면과 감독의 연출 특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스웨덴에서 온 야코브 미넬 씨(28)는 “교수님은 영화 속 한국 사회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늘 해준다. 단순히 한국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심도 깊은 이해가 있기 때문에 번역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서울에서 사는 파켓 씨는 당분간 미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그는 “미 인디애나대에서 한국 영화 번역 연구를 위해 초청해줬다. 19일 한국을 떠나 5주간 연구한 뒤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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