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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사랑이 있는 교육이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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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사랑이 있는 교육이 우리의 희망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입력 2020-01-17 03:00수정 2020-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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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교육 싫어했던 일제강점기 학교…反日낙인찍힌 학생, 따귀 맞기도
최근 서울 인헌고 사태 닮지 않았나
강요나 억압, 교실에 있어선 안돼…제자 위한 마음 있어야 참교사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지난 연말 우리는 교육계에 던져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 인헌고의 두 학생이 교사의 정치 편향 강의에 항의를 제기한 사건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육계와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나 자신이 일제 때 고통스러운 학생 생활을 체험했고, 공산치하에서 중고교 교육 경험이 있어 더욱 우리 어린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죄송스러운 책임감을 느낀다. 사제 간의 도리와 사랑이 단절되면 교육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민족주의 기독교 학교에서 스승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다가, 졸업을 앞둔 1년은 일본 교육의 대표 격인 공립학교 교육을 받았다. 일제 총독부가 우리 학교를 폐교시키고 일본 학생들과 공학하는 5년제 중학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교육에 적대의식을 갖고 있는 교장과 교사들은 우리를 ‘보기 싫은 의붓자식을 대하는 계모’와 같은 자세로 대했다. 우리 반 담임은 그 대표자로 자처하고 있었다. 교과서나 교육교재보다는 황국신민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한 번은 교사가 강의를 끝내고 나가면서 “김형석, 너, 나 따라 교무실로 와”라는 영을 내렸다. 내가 끌려가는 것을 본 반우들은 ‘오늘은 네 차례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교무실로 끌려간 나는 여러 선생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여러 차례 심하게 얻어맞았다. 변명이나 항의는 필요 없었다. “사상이 돼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 같은 반일감정을 가진 놈은 우리 학교를 졸업할 자격이 없으니까 자퇴해도 된다는 협박까지 삼가지 않았다. 나는 두 뺨을 얻어맞으면서 담임 선생의 얼굴을 보았다. 증오심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너 같은 놈 때문에…’라는 증오감이었다.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졸업은 했다. 졸업이 즐겁기보다는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이 더 많았다.


광복 후 2년 동안은 고향 마을에서 사립학교를 운영했다. 고향 주변 젊은이들이 중등교육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공산국가의 교육이 어떤 것이며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체험, 예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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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사회에서는 정치이념 교육이 정신 교육의 목적일 뿐 아니라 그 성패를 정권과 민족의 운명으로 삼는다. 사상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종교와 신앙, 인문학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념 교육이 학교 교육의 기본 과제가 되면서 국민 전체가 이념집단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북한이 밟아 온 과정이면서 앞으로 국가 존립에도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런 과거와 주변 국가들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표는 학생을 위한 교육이지, 선생을 위한 교육은 허용될 수 없다는 신념이다. 학생들의 장래와 인격은 교사들 자신보다 더 소중한 국가와 민족의 유일한 자산이다. 학생을 위한 교육은 나를 양보하고 희생시키더라도 제자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사랑의 정신과 실천이 앞서야 한다. 만일 우리 교육자들 가운데 증오의 감정을 갖고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가 있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 정부의 주장과 방향이라고 해서 정권이 바라는 이념 교육을 한다면 그것은 교육이라는 가면으로 학생들을 이용하는 반(反)교육적 결과를 초래한다.

지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노력이다. 진리를 찾는 길은 진실을 찾아 공유(共有)하는 책임이다. 선생은 진실을 가르치고, 삶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일 선생들 중에 진실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왜곡시키며, 역사적 진실까지 외면하면서 양심과 인륜의 도리를 짓밟는다면 사회악의 주범이 된다. 진실을 위해 살아야 할 제자들을 정치이념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신 교육에는 선택은 있으나 강요나 억압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친이 들려준 말이 있다. “네가 이제부터 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나와 가정만을 생각하게 되면 가정만큼밖에 자라지 못한다. 친구들과 더불어 직장과 이웃을 위해 노력하면 그 사회의 지도자가 된다.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게 되면 너도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충고였다. 모든 스승이 제자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학생들에게 남겨줄 수 있다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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