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편’ 수사 공백 우려…“출석 늦추겠다” 부작용도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6일 16시 52분


코멘트

법무부, 직접수사 부서 축소 추진안 발표
대검, 내부 의견 모아 법무부 전달 예정
수사 역량 약화 및 공백 등 우려 목소리
삼바 의혹 등 진행 중인 수사 차질 예상

법무부가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 수사 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그간 전문성을 강조해온 부서 폐지로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일부 수사 대상 관계자는 검찰 출석을 미루는 등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대검찰청으로부터 직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 받을 예정이다. 이후 이를 검토한 뒤 21일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이 같은 조치에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력형 범죄 등 반부패수사와 경제범죄 등 전문성이 필요한 특정 범죄 수사의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또 법무부가 강조해온 민생 범죄 수사 집중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의 직접수사 부서는 상당수 줄어든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이 없어지며 반부패수사3부는 형사부로, 반부패수사4부는 공판부로 전환된다.

선거·노동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부도 전국 13개 부서에서 8개 부서로 축소된다. 서울중앙지검도 공공수사부가 3곳에서 2곳으로 줄어든다. 외사부도 전국 3곳 중 인천·부산지검만 남고 서울중앙지검은 형사부로 바뀐다.

전담범죄수사 부서도 전국 11개부에서 7개부로 축소된다. 조세범죄조사부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각각 서울북부지검과 서울동부지검만 전담토록 하고, 서울중앙지검은 형사부로 전환된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폐지된다.

이로 인해 기존 부서들이 진행하던 주요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편 대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는 삼성바이오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데, 조직 개편으로 막판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은 최근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세달 앞둔 상황에서 공공수사부가 축소되는 것을 두고 선거범죄 관리 대응이 허술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등 최근 신설된 전담부서가 법무부 직제 개편 대상에 포함되면서 전문 분야에 대한 수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직제 개편뿐만 아니라 내주 초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예고된 점도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다. 주요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간부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사건 관계인들이 소환 조사에 불응하거나 연기를 요청하고 있어,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부 역할이 축소된 상태에서 부서만 늘리는 식의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과거 잘못이 있다고 없애고, 고생이 많다고 하니 늘리는 식의 처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