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의대 교수회 “의료원장, 이국종 ·교수들에 사과 사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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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6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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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6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회는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욕설 막말 논란과 관련해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등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의료원장의 임기는 2월 말까지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이런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녹취 내용으로 알려졌다는 것이 더욱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최근 유 원장이 수년 전 이 센터장에게 “때려치워 이 XX야”라는 등 욕설과 막말을 하는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한 달간의 해군 해상훈련 동행을 마치고 지난 15일 귀국한 이 센터장은 “비참하다”라며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싸고 병원 측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외상센터 환자에게 병상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 측은 건물 공사 등으로 인해 추가 배정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유 원장의 행동을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라고 지목했다. 교수회는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그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며,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적정 범위를 넘어 고통을 주는 행동으로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아주대학교 병원의 평판도 상승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오청성을 치료하였고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라며 “이러한 우리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의 행동은 의료원의 입장에서도 묵과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는 사태 해결을 위한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유 원장은 이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날 것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배격할 것 △직장내 괴롭힘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의견을 억압하는 의료원의 풍토를 타파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다.

아주대 의대 교수회 성명
유희석 의료원장은 이국종 교수를 포함한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사임하라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유희석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포함한 언어 폭력을 가한 사실을 알게 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런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녹취 내용으로 알려졌다는 것이 더욱 당혹스럽다.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그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며,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예다.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적정 범위를 넘어 고통을 주는 행동으로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이다. 특히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애초에 병원내의 고질적 문제였던 물리적, 언어적 폭력, 태움 등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법이다. 따라서, 솔선하여 이런 괴롭힘의 발생을 막고 가해자를 처벌, 징계해야 하는 윤리적, 법적 의무가 있는 우리 의료원의 최고경영자가 가해 당사자라는 사실에 대하여 우리는 깊은 우려와 함께 자괴감을 느낀다. 또한 같은 교수로서 모든 교수가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아주대학교 병원은 지난 25년간 경기 남부의 의료거점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으며 작년에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되었고 이번 달에는 국가고객만족도 업종 공동 4위에 올라섰다. 아주대학교 병원의 평판도가 이렇게 상승하는 데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아덴만의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오청성을 치료하였고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의 행동은 의료원의 입장에서도 묵과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회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 후배 교수에게 폭언을 하여 아주대학교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은 이국종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 이번 사태를 개인간의 갈등이나 의료원 운영상의 부처간 갈등으로 오도하여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배격한다.
- 대학과 의료원은 교수를 대상으로 한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의견을 묵살하고 반대 의견의 발표를 강압적으로 억압하는 의료원의 풍토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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