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차장검사 “수사권 조정은 거대한 사기극” 공개반발 사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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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안 반대하다 작년 8월 좌천… “봉건적인 命에는 거역하라”
檢내부망에 비판 글 올리고 사직… 14일 450개 넘는 댓글 달려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실무책임자 역할을 했던 현직 차장검사가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법무연수원 교수인 김웅 차장검사(50·사법연수원 29기·사진)는 “국민에게는 검찰 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1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이 제도 아래에서 국민이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고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했다.

그는 여권을 향해 “권력 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습니까”라며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했기 때문은 아닙니까.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 차장검사는 정부와 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다가 지난해 8월 인사 때 법무연수원 연구직으로 좌천됐다.

김 차장검사는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며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라고 썼다. 또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 그 대신 평생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열린 취임식 때 검찰 안팎의 동시 개혁을 언급하면서 썼던 표현이다.

김 차장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2주간 후배들이 너무 슬퍼하고 상실감을 느끼더라. 그런 걸 내가 보고 있자니 나도 슬프더라. 사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10시 31분에 이프로스에 올라온 김 차장검사의 글에는 457개의 댓글이 달렸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의 김종오 부장검사(51·사법연수원 30기)도 이날 사의를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사의 표명 직후 주변에 검찰 직제 개편의 문제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범죄조사부는 문재인 정부 때 신설된 직접 수사 부서였지만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직제 개편안에는 폐지 부서로 분류됐다. 김 부장검사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사퇴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남은 인생은 검찰을 응원하며 살겠다”는 짤막한 인사를 남겼다.

배석준 eulius@donga.com·황성호 기자

#김웅 차장검사#검경 수사권 조정#검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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