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가족보다 기업투자자 비중 클수록 기업 혁신 촉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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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대만 대학연구팀 조사… 기업투자자가 주요 주주인 경우
다양한 산업지식 활용 기회 늘고… 이종산업 협력 파트너 찾기 쉬워
가족투자자는 외부와 협력 무관심… 장기적 관점서 기업 성장 저해

기업의 혁신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흔히 특허가 활용되곤 한다. 특허가 얼마나 많이 출원됐고 피인용됐는지 등을 토대로 혁신의 양과 질을 가늠하는 식이다. 최근 이런 혁신 성과가 주주 유형과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와 대만 국립정치대 연구팀은 전자산업 분야에 속한 대만 기업 314개의 주주목록(2001∼2008년)을 토대로 투자자 유형을 가족과 기업 두 개로 구분했다. 즉, 특정 일가가 대주주인 경우를 ‘가족 투자자’, 다른 기업이 전략적 목적으로 지분을 소유한 경우를 ‘기업 투자자’로 구분한 후, 각 유형별 ‘투자 다양성’(투자자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속한 산업의 개수) 정도를 분석했다. 이때 투자 다양성이 크다는 건 해당 유형의 투자자가 지분을 소유한 기업들이 광범위한 산업에 걸쳐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기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투자자들의 투자 다양성이 해당 기업의 혁신 성과(미국 출원 특허 건수 및 피인용 건수로 측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전략적 목적으로 지분을 소유하는 기업 투자자의 투자 다양성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혁신 성과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족 투자자의 투자 다양성은 기업의 외부 탐색과 협력을 감소시킴으로써 기업의 혁신 성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

다양한 산업에 투자한 기업 투자자가 주요 주주인 경우, 기업은 기업 투자자의 다양한 산업 관련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지식 결합 기회를 발굴한다. 기업 투자자의 광범위한 외부 네트워크는 이종 산업에서 협력 파트너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돼 혁신 성과를 촉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가족 투자자는 전통적으로 해당 일가의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가족들 간 결속력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 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있는 기업은 소수의 다른 기업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외부 탐색을 하거나 별도로 외부의 다른 기업과 협력할 필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한다. 가족 투자자 네트워크 안에서도 충분히 대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의 혁신 성과는 주요 주주 유형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전략적 목적의 기업 투자자는 기업의 혁신 활동에 커다란 보탬이 되지만, 가족 투자자는 기업의 외부 탐색 범위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 투자자의 지분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외부 협력이 쉽지 않아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외부 협력을 통해 기업의 혁신 활동을 촉진하려면 다양한 산업에 걸쳐 지분 투자를 한 기업과 지분 교환 등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sh.kang@cnu.ac.kr
#기업 혁신#기업투자자#혁신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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