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단계 무역합의’ 앞두고 中 환율조작국 지정 전격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4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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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전격 제외한 것은 무역합의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고 동시에 중국으로 하여금 합의를 확실히 이행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당장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전쟁 우려가 완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일정 수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향후 2단계 합의까지 적잖은 과제가 남아 있고 미국이 언제든 환율 전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1년에 두 차례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발표해 환율조작국 및 관찰대상국을 지정해왔다. 당초 지난해 11월 보고서가 나왔어야 하지만 미 재무부가 공개 시점을 늦추자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증폭돼 왔다.

지난해 10월 278억 달러였던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는 한 달 후 256억 달러로 7.6% 줄었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 개선 효과를 거두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했고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무역합의를 이틀 앞두고 중국에 한발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이날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중국이 약속을 파기하면 신속하게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1단계 합의 서명 후 미국이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밝힌 2단계 무역협상은 국영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해외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난제가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조치로 중국 위안화 환율은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보다는 안정 또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 당 6.8위안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간 갈등 수위가 낮아지고 중국의 경제 상황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기대가 위안화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 가치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 온 만큼 원화 가치도 당분간 강세를 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중국은 물론 신흥국 통화 전체에 강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인 만큼 급격한 하락보다는 현재 달러당 1150원대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치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을 격화시켰던 요인 중 하나가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이번에도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예견된 결과인 만큼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없을 것으로 봤다.

한편 미 재무부는 한국 경제가 2008~2014년 대외수요(수출)에 의존해왔지만 이후 국내수요(내수)가 강해졌다며 최근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전망이 악화되고 있어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거시정책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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