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만 여대 ‘좀비 PC’로 맛집 등 검색어 조작한 일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3일 2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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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해 찾은 식당도 믿기 어려워졌다. 전국 PC방에 있는 컴퓨터 20만 여대를 이른바 ‘좀비 PC’로 만들어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조작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연관 검색어를 조작해 음식점 등을 홍보해준 대가로 수억 원을 챙겼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봉현)는 프로그램 개발업체 대표 A 씨(38)와 바이럴마케팅업체 대표 B 씨(38) 등 2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프로그램 개발자 C 씨(37)와 영업 담당자 D 씨(27) 등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PC방 3000여 곳에 게임관리 프로그램을 납품했다. 이때 컴퓨터를 좀비 PC로 만들어 외부에서 조종할 수 있는 악성코드를 몰래 심었다.

이후 좀비 PC가 된 컴퓨터 21만 대를 원격조종해 검색어를 1억6000만 차례나 부정 입력했다. 그 결과 연관검색어 9만4000건을 포털사이트에 등록했다.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 창에서 검색어를 자동 완성해주는 ‘자동완성검색어’ 4만5000건도 등록시켰다.

이들이 조작한 검색어들은 주로 음식점과 의류업체, 병원 등의 영업에 이용됐다. 영업직원 등이 검색어를 띄워 홍보를 해주겠다며 업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텔레마케팅 사무실을 따로 차려두고 상담원 9명을 고용해 연관검색어 조작을 통한 홍보를 권유하는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A 씨 등은 1년 동안 모두 4억 원을 받아 챙겼다.

마케팅업체 대표 B 씨는 PC방 업주에게는 “마케팅 활용 프로그램”이라고 속였다. 개발자 C 씨는 검색어 등록 알고리즘을 연구해 매우 정교한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이 검색하는 것처럼 입력 속도를 늦추거나 검색어를 뒤섞어 포털사이트의 조작 차단 장치를 무력화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검색어 조작에 실패할 땐 프로그램을 더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차단을 피해갔다”고 밝혔다.

추적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여럿 드러났다. 좀비 PC를 조정하는 메인 PC는 해외 서버로 돌려 이용했다. 컴퓨터에서 백신 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을 때만 악성 기능이 작동되도록 했다. 작업이 끝나면 PC에서 흔적을 자동 삭제하는 장치도 설치했다.

이들의 범행은 뒤늦게나마 비정상적 검색 움직임을 파악한 포털사이트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작한 검색 결과를 노출해 소비자들이 왜곡 정보를 통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다는 면에서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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