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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청년인재’ 영입… 좌절하는 ‘청년 정치’[광화문에서/길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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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청년인재’ 영입… 좌절하는 ‘청년 정치’[광화문에서/길진균]

길진균 정치부 차장 입력 2020-01-13 03:00수정 2020-01-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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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정치부 차장
4·15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외부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당은 총선 주요 화두로 떠오른 ‘변화’ ‘세대교체’ 등을 의식한 듯 영입의 초점을 ‘청년’에 맞추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40·여)을 1호로 영입한 이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 씨(27)를 2호로, 5호로 청년소방관 오영환 씨(31)를 잇달아 영입했다. 한국당은 탈북자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39)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 씨(29·여)를 데려왔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들을 비례대표 안정권이나 텃밭 지역구에 배치해 미래의 ‘젊은 리더’로 키우겠다고 한다.

젊은 인재 영입 경쟁을 주도한 민주당에선 “흥행 성공” “계파 간 갈등 없는 성공적 영입” 등 호평이 자주 들린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 정당 정치 수준이 딱 드러난 인재 영입”이라는 한 젊은 정치인의 독설이 유독 귀를 맴돈다.


‘꽃가마’를 타고 여의도에 등장하는 ‘청년 인재’의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당은 선거 때만 되면 각종 명분을 앞세워 청년을 소환하고, 이를 ‘청년을 위한 청년의 정치’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영입된 청년 인재들이 ‘늙은 정당’의 정치적 회춘을 위한 사진 모델로 소모되고 잊혀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지켜봤다. 좋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갖춘 것과 정치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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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더 큰 문제는 진짜 청년 정치인들의 좌절 아닐까 싶다. 영입된 깜짝 인사들은 사실 정치를 잘 모른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정치 꿈을 키워온 젊은 보좌진이나 당직자들이 궂은일은 다 하고 외부 영입 청년들이 ‘젊은 영감’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을 외치는 2030세대에게 외부에서 온 젊은 영입 인사들이 “내가 이제부터 여러분들의 대표가 되겠다”고 얼마나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까. 이렇게 발탁된 또래 인사들을 향해 당직자 등 동년배 젊은 정치인들은 과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까. 보좌진 당직자 등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여의도 옆 대나무숲’엔 지금도 “각 당은 감성팔이 이슈팔이 상징성팔이 그만 좀 하라” “당신들 밑에서 밤낮 주말 안 가리고 일하는 노예들은 눈에 안 보이나” 등 비판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총선을 앞두고 한국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같은 30대 정치 리더를 가질 때가 됐다고들 한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유럽의 젊은 정치 리더들은 어느 날 ‘꽃가마’를 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은 10, 20대 때부터 기초단체, 정당 조직에서 정치를 보고 배웠다. 나이는 어리지만 10년이 훌쩍 넘는 정치 경험과 거기에 더해진 젊음이 자유롭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기반이 됐고, 구습을 깨뜨리는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우리도 광역·기초 단체 의회에서 젊은 정치 리더의 꿈을 키우며 뛰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각 당의 경쟁적인 깜짝 ‘청년 인재’ 발탁이 되레 오랫동안 정치를 준비한 이들의 꿈을 키워주기는커녕 희망을 꺾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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