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사과요구한 출판사들과 저자…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2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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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시절 시작된 국가 상대 손배소…출판계 일부 승소
"불온서적 목록작성은 기본권 침해…중단·사과해야"
'핵과 한반도' 등 3권은 불온서적 인정…정부 편 들어

지난 8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한 출판계 및 저자의 소송 결과가 제기된 지 12년 만에 나왔다. 일부 승소한 출판계 및 저자들은 국방부에 시정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고 국방부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송 과정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녹색출판사와 당대, 보리, 한겨레출판, 후마니타스, 철수와영희, 615출판사 등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학문 사상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온서적 목록 작성을 중단할 것을 선언하고, 목록 작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글을 집필한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공권력이 자의적 잣대로 도서의 불온 여부를 판단하고 양서의 유통을 차단하려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선택의 자유까지 훼손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21개 출판사의 23개 대중 교약서적 및 문학작품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하고 군부대 내 금서로 조치했다.

북한 찬양을 이유로 불온서적이 된 도서는 ▲북한의 미사일 전략 ▲북한의 우리식 문화 ▲지상에 숟가락 하나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벗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학시절 ▲핵과 한반도 등이다.

또 ▲미군 범죄와 SOFA ▲소금꽃 나무 ▲꽃 속에 피가 흐른다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우리 역사 이야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김남주 평전 ▲21세기 철학이야기 ▲대한민국사 ▲우리들의 하느님 등은 반정부·반미 분야 불온서적으로 분류됐다.

반자본부의 분야에선 ▲세계화의 덫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등이 포함됐다.

이에 출판사와 곽동기·김진숙·박준성·안건모·이임하·정태인·최한욱·하종강·한홍구·홍세화 등 저자들은 2008년 10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2년 1심에서 기각, 2013년 2심에서도 기각을 결정했다. 2018년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환송하면서야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후 소송 12년만인 이달 8일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불온서적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중 일부는 양질의 교양·학술 도서로 평가받는다’며 ‘충분한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군대 내 반입을 금지한 부분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출판사와 저자들은 이러한 판결에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출판사와 저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번 최종 판결에 대해 환영을 표한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핵과 한반도 ▲북한의 미사일 전략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등 불온서적 지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불온 여부만 정확히 판단한다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정당했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잘못된 판결”이라며 “도서를 집필하고 펴내는 저자와 출판사는 물론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앞으로 중대하고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방부는 이번 판결 관련 여론을 살피면서 대응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출판계의 반발이 본격화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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