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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알못’도 빠졌다…직장인들이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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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알못’도 빠졌다…직장인들이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열광하는 이유

김재희기자 입력 2020-01-12 17:22수정 2020-01-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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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만년 야구 꼴찌팀인 ‘드림즈’의 조직을 거침없이 바꿔나가는 백승수 단장(남궁민)의 돌파력과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단이 선수들의 연봉을 30% 삭감하자 백 단장(왼쪽)이 자신의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후 모기업인 재송그룹의 재정상태에 대해 논란이 일자 권경민 상무(오정세)가 정정보도를 하라고 요구하는 장면. 백 단장이 권 상무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관심사다. SBS 제공
“남들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라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럼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일년 뒤에도 야구 모르는 게, 그게 진짜 창피한 거 아닙니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회식 때 야구 관련 책 읽으시는 걸 봤는데 사람들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막 비웃고 그러기도 하더라”는 운영팀 직원 재희(조병규)의 말에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이렇게 반문한다. 드라마 속 명대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 직장인 양보람 씨(35·여)가 이 대사를 적은 게시물에는 1800여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프로야구 직접 관람한 적 없는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양 씨가 스토브리그에 빠진 건 원칙과 소신에 따라 조직을 바꿔나가는 백 단장에 크게 공감해서다. 양 씨는 “회사에서 남들 눈치 보느라 몰라도 아는 척 하다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적인 것부터 배우는 백 단장을 보며 나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거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 팀인 ‘드림즈’에 백 단장이 부임해 코치 간 파벌, 선수 스카우트 비리 등 조직에 깊게 뿌리내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1회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5.5%로 출발한 스토브리그는 10일 방영된 8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4.9%를 기록했다. 소재는 야구지만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오피스물’에 가깝다. 스토브리그 제작진은 “스포츠 프런트들이 겪는 일은 회사에서 경험하는 일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다.


양보람 씨가 ‘스토브리그’ 3회에서 “남들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라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야구를) 알려주느냐”고 반문하는 백승수 단장(남궁민)의 대사를 손으로 적어 올린 자신의 인스타그램. 양보람 씨 제공
회사원 윤유연 씨(27·여)는 백 단장이 야구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이런 일이 회사에도 존재한다고 했다. 윤 씨는 “기업에도 동종업계 출신이 아닌 상사에 대한 텃세가 은근히 있다”며 “백 단장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듯 조직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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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급 직장인들은 조직 운영에 대한 팁을 얻는다고 한다. 대기업 부장 송모 씨(47)는 감독자리를 두고 파벌싸움을 벌이는 코치들에게 백 단장이 “파벌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던진 일침을 곱씹는다고 했다. 송 씨는 “회사 내 파벌싸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세력 다툼이 아니라 긍정적인 경쟁심으로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팀장인 김주형 씨(36)는 “백 단장이 실력은 있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고 병역기피를 했지만 열정과 실력이 있는 창주(이용우)를 용병으로 데려오는 결단을 내리는 걸 보며 인력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리더십의 유형은 바뀌지만 원칙을 따르는 리더십이 성공하는 건 변함이 없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은 “실력 중심의 팀 구성, 성과는 좋지만 팀워크에 해가 되는 선수는 방출하는 과감한 결정 등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이 ‘현실판 백승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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