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크라 여객기 오인격추 사과…“美 모험주의 원인”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11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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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1일(현지시간) 사흘 전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추락사고에 대한 책임을 시인했다. 이란은 ‘사람의 실수’로 잘못 발사된 미사일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과하는 동시에 미국의 모험주의를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군 내부 조사에서 유감스럽게도 사람의 실수로 잘못 발사된 미사일이 끔찍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사고를 촉발하고 무고한 17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를 계속해 이 큰 비극이자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밝혀내고 (책임자를) 기소하겠다”며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엄청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슬퍼하는 유가족들에게 내 마음과 기도를 보낸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슬픈 날. 군 내부 조사가 내린 예비 결론: 미국의 모험주의가 유발한 위기의 시기에 (일어난) 사람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졌다”며 민항기 오인격추를 인정했다.

이어 “우리 국민, 모든 희생자들의 유족 그리고 모든 피해를 입은 국가에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추락사고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실수는 미국의 모험주의 탓에 발생한 위기의 시기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도 일부 책임을 물은 셈이다.

이란군도 국영TV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실수로 발사된 미사일이 우크라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면서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란군은 “항공기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소유한 민감한 군사 기지 근처를 날아갔으며, 의도하지 않은 사람의 실수에 의해 격추됐다”며 사고 당사자들을 찾아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여객기 추락사고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강화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국은 이달 초 표적공습을 통해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했다.

이후 이란은 이라크 미군 주둔 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는 UIA 소속 보잉 737-800 항공기가 이륙 직후 추락, 탑승한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 ‘미사일 타격설’이 제기됐다.

이란 시민들이 트위터에 올린 사고 당시 화면에서는 여객기가 추락 직전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여객기가 상공에서 한 차례 섬광을 내뿜은 뒤 추락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기는 공항으로 회항하려 했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무선은 보내지 않았고, 이에 요청을 보낼 시간조차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미사일 격추설을 이란 정부는 강경하게 부인했다.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주장과 관련 보도는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일 뿐”이라고 일축했었다.

이번 추락사고에서는 캐나다인과 이란인의 피해가 컸으며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스웨덴, 아프가니스탄, 독일, 영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이란 국민들은 참사에 슬픔을 표했다. 사고 현장에 놓인 어린아이의 빨간 구두 등 추락과 관련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륙 전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기 위해 모녀가 찍은 사진도 공유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왜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민간 항공사는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하려고 했느냐”고 지적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산 미사일 타격, 공중 비행물체와의 충돌, 엔진 폭발, 내부 테러 등 다양한 사고 원인을 조사해 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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