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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바늘’ 차승우-김은기씨가 함께 달리는 이유는…[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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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바늘’ 차승우-김은기씨가 함께 달리는 이유는…[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0-01-11 14:00수정 2020-0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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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우(왼쪽) 김은기 씨. 김은기 씨 제공.
차승우 씨(56)와 김은기 씨(69)는 2011년 3월 열린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시각장애인과 레이스도움이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둘이서만 42.195km 풀코스를 135회 완주했다. 무려 5696.325km를 함께 했다. 마스터스마라톤계의 ‘실과 바늘’이다. 차 씨나 김 씨 모두 서로 잊을 수 없는 존재다. 김 씨는 차 씨를 통해 풀코스 레이스도우미 데뷔전을 치렀고 차 씨는 김 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풀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눈은 거의 안 보이고 귀도 한쪽만 보청기의 도움으로 겨우 들을 수 있는 중증복합장애인인 차 씨는 2001년 4월 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원인 친구를 따라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로 나가면서 달리기에 눈을 떴다. 도우미를 따라 달린 게 너무 좋아 다음날 바로 혼자 달리려고 다시 나갔는데 조깅 나온 시민의 도움을 받아 달리면서 매일 달리게 된 것이다.

“뭔지 모를 짜릿함이랄까….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달리기는 나를 깨워줬다. 한강변에서 매일 달렸다. 비록 건강한 사람들처럼 보고 듣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어도 바람소리, 나무 냄새는 더 잘 느낄 수 있다. 달리면서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왜 그동안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며 지냈나,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는데…’라고.”



10km와 하프코스로 차근차근 체력을 키운 차 씨는 2002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앞두고 마라톤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장애인임을 밝히면 도우미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 씨는 도우미가 없다면 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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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울트라마라톤 100km 3회, 60km 3회, 풀코스 3회를 완주했다. 2006년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도전해 성공했다. 3시간39분10초. 국내 시각장애인 철인3종 완주 1호였다.

“철인3종은 딱 한번 완주하고 그만 뒀다. 모두 도우미가 앞에서 이끌지만 수영, 사이클에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목숨 걸고 하기는 싫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철인3종을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

차승우(왼쪽) 김은기 씨. 김은기 씨 제공.
차 씨는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원으로 간간이 마라톤을 즐기고 있을 때 김 씨를 만나게 됐고 풀코스에 전념하는 기회가 됐다. 차 씨와 김 씨는 첫 레이스인 2011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4시간 10분 8초로 완주했다.

“김 고문님(한울마라톤클럽 고문)을 만나기 전엔 목표 없이 그냥 달렸다. 2012년 1월1일 고문님이 풀코스 200회를 완주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목표가 생겼다. 그 때까지 제가 10년 넘게 달렸지만 풀코스를 100회도 완주 못했다.”

차 씨는 2014년 2월 풀코스 100회, 2017년 5월 200회, 그리고 2019년 11월 300회 완주의 금자탑을 쌓았다. 300회 중 135회를 함께 달렸으니 거의 ‘한 묶음’으로 다닌 것이다. 차 씨는 2014년 C형 간염 때문에 고생했지만 1년 동안 40회를 달렸다. 2017년 55회, 2018년 45회, 2019년 31회를 완주했다.

평소 등산 등 운동을 좋아했던 김 씨는 2004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골프를 치다 팔이 너무 아파 다리로만 하는 운동을 찾다보니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난 뭐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다. 골프를 배웠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어느 순간 팔을 못 들 정도로 통증이 왔다. 2003년 말이었다.”

차근차근 달렸다. 2004년 4월 5km를 완주했고 10km 6번, 하프코스 10번, 그리고 32km를 한번 달린 뒤 2005년 4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완주했다. 2009년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풀코스 100회를 완주하고 나니 다른 목표를 찾아야 했다. 울트라마라톤에 입문했다. 100km를 3회 뛰었는데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눈을 돌리다보니 시각장애인 도우미가 있었다. 2009년 서울 금천구에 ‘한울마라톤클럽’을 창단해 초대 회장을 했는데 회원 중에 시각장애인 레이스도우미를 하는 ‘해피드래그’ 회원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나섰다. 2010년 가을부터 시각장애인 동반주를 시작했다. 5km, 10km, 하프코스는 직접 동반주했고 풀코스는 따라 다니며 어떻게 하는 지 배웠다. 그리고 2011년 3월 승우와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것이다.”

둘이 함께 왜 100회를 넘게 뛰었을까. 김 씨가 말했다.

차승우(왼쪽) 김은기 씨. 김은기 씨 제공.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난 달리는 것이 너무 좋았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면 마치 소풍 가는 듯 설래인다. 혼자 뛰어도 행복했는데 둘이 뛰니 더 좋았다. 특별히 더 투자하는 것도 없다. 함께 뛰니 105리가 심심하지도 않다. 기쁨이 두 배라고 할까. 이렇게 얘기면 그렇지만 속칭 남는 장사다. 내가 승우하고만 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하프코스 포함해 동반주 해준 시각장애 친구들이 30여명이다. 김미순 씨라고 있는데 그 아줌마하고는 116번을 달렸다.”

차 씨가 말했다.

“고문님과 달리면 편하다. 마치 아버지와 함께 달리는 것처럼.”

김 씨는 지금까지 풀코스 동반주만 328번을 했다. 그중 135회가 천 씨와 달린 것이다. 김 씨가 말을 이어갔다.

“그냥 서로 잘 맞았다. 함께 뛰면서 내가 주도적이 되면 안 된다. 상대하고 리듬을 맞춰야 한다. 승우랑 뛰면 편하다. 달리면서 넘어지는 등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승우하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 발도 페이스도 잘 맞는다.”

시각장애인과 동반주를 하려면 전방을 주시하고 요철 등 조그만 돌출물을 피하게 해줘야 한다. 70cm 정도의 줄을 서로의 손목에 묶고 달리는데 서로 잘 맞지 앉으면 42.195km가 불편하다. 김 씨는 2018년 3월 풀코스 1000회를 완주했다. 당시까지 1000회 넘게 완주한 사람은 국내 단 6명이었다.

“고려대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박사가 날 자세히 검진하고 싶어 했다. 무릎 관절의 연골 등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당시 연골은 40대. 근육은 30대라는 평가가 나왔다. 유명한 TV 프로그램에도 나갔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330도전. 마라톤계에선 ‘스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도 있지만 3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는 것도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그것도 70세 가까운 ‘노익장’이 한다면 더 빛나는 기록이다. 그래서 욕심을 냈는데 역효과가 난 것이다. 풀코스 1000회 완주를 위해 2015년 153회, 2016년153회, 2018년 164회를 달렸어도 문제가 없었는데 사달이 난 것이다. 김 씨의 최고기록은 201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18분 9초.

“설악산 종주를 3번 연속하고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을 했다. 어느 순간 무릎이 아팠다. 그래도 참고 풀코스를 두 번 달렸다. 통증이 가시지 않아 그해 10월 병원에 갔는데 연골이 깨졌다. 2cm 정도를 파냈다. 2019년 4월 보스턴마라톤 출전도 준비하고 있었다. 수영, 고정식 자전거 등으로 체력을 키우면서 의사가 달려도 된다고 해서 10km를 달렸는데 통증이 다시 재발했다. MRI(자기공명촬영)를 찍어보니 깨졌던 연골 주변이 으스러졌다. 그 뒤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지금까지 13개월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차승우 씨가 7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자택에서 풀코스 300회 완주 기념패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지난해 12월 8일 진주마라톤에서 차 씨가 300회 완주 기념으로 301회를 완주할 때 김 씨가 함께 하지 못한 이유다.

“가고 싶었지만 달리지도 못하는데 가서 뭐하냐. 그냥 안 갔다. 승우에게는 미안했지만 그게 서로 더 편할 것 같았다.”

김 씨는 3월 22일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참가신청을 했다. 차 씨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승우에게 얘기했다.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보고 함께 달리자고. 괜히 내가 잘 달리지도 못하는데 함께 뛰면 서로 불편하니까. 4월이면 함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동안 자만했다. 아무리 달려도 탈이 나지 않아서 좀 무리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우리 몸은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한 때 풀코스를 주 3회 완주한 적도 있다. 이젠 절 때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차승우(오른쪽) 김은기 씨가 7일 차승우 씨 풀코스 300회 완주 기념 플래카드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이 함께 달리는 모습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 씨는 80세까지 달리는 게 목표다. 하지만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라는 게 진짜 목표다. 차 씨도 마찬가지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고 싶단다. 김 씨는 매일 수영 1시간, 헬스 2시간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차 씨는 매일 고정식 자전거를 최대 5시간 타며 주 1, 2회 서울 남산을 달리며 몸을 만든다. 차 씨는 1월 12일 여수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풀코스에 나간다.

“달릴 때 가장 행복하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다.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고.”

차 씨와 김 씨는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우리 계속 함께 달리자”고도 했다. 함께 하니 더 행복하단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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