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 목격자가 증언한 디스토피아의 최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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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마거릿 애트우드 지음·김선형 옮김/600쪽·1만5000원·황금가지

1985년 출간된 ‘시녀 이야기’ 속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최후는 어떻게 됐을까. 독자들의 끊임없는 질문이 이 책을 만들었다는 애트우드의 말처럼 ‘증언들’은 15년 뒤 길리어드가 맞게 되는 운명을 펼쳐 보인다.

길리어드는 가부장제를 극단까지 몰고 간 사회다. 미혼여성은 함부로 외출해선 안 되고, 욕망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 받는다.

삶의 목적은 오로지 결혼. 10대 때 지위 높은 중년 남성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 만약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시녀’라 불리는 타락한 계급의 여성을 집에 들여 출산을 대신하게 한다.

소설은 길리어드 안팎의 세 여성, ‘리디아 아주머니’, 아그네스, 데이지의 증언을 교차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길리어드의 ‘창설자’로 칭송받는 인물. 아그네스는 길리어드에서 태어나고 자라 사령관과 결혼할 운명에 처한다. 데이지는 길리어드 밖에서 살고 있던 10대로 자신의 부모가 가짜임을 알게 된다.

길리어드라는 기이한 세계의 풍습과 그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가 책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들 인물의 정체가 궁금해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몰입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도 남아 있는 길리어드의 흔적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갈리아의 딸들’이 남녀를 바꿔 가부장제의 모순을 폭로한다면 애트우드는 그 제도를 극단으로 몰고 가 민낯을 까발린다.

세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선택된 자’처럼 고난과 역경을 비교적 쉽게 헤쳐 나가는 결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시녀 이야기’ 독자를 위한 선물로는 오래 기다린 값을 다한다. ‘시녀 이야기’를 TV 시리즈로 만들어 주목받았던 ‘핸드메이즈 테일’과의 연결성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책의 향기#도서#신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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