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인재 한국서 빼 가… 핵심기술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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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배터리 굴기’ 박차… 한국기업 7배 투자

중국 CATL은 정부의 전기자동차 육성·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일본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글로벌 배터리 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사진은 CATL의 배터리를 적용한 독일 BMW의 모터스포츠 전용 차량. CATL 제공
중국 CATL은 정부의 전기자동차 육성·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일본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글로벌 배터리 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사진은 CATL의 배터리를 적용한 독일 BMW의 모터스포츠 전용 차량. CATL 제공
‘42조 원 대 5조9000억 원.’

각각 중국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지난해 총 투자액 추정치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한국 업체들보다 연간 투자액이 최소 7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배터리 관련 소재 생산 업체나 전기차 제조사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산업으로 보면 지난해 연간 총 투자액은 약 124조 원으로 2018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는 추정치도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한중 기업의 투자 규모 격차가 벌어진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역할을 꼽고 있다. 정부가 육성 산업 분야로 꼽으면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 기업, 인재가 해당 산업에 뛰어들어 급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배터리 업계의 시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최상위권 업체를 중심으로 대형화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내 배터리 업체는 2018년 105개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80여 개사로 줄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좀비 기업’을 퇴출한다며 자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 3위였던 옵티멈나노는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그 대신 1위 CATL과 2위 BYD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지난해 적극적으로 투자액을 늘리며 중국 전체 연간 투자액 42조 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배터리 굴기’ 정책에 힘입어 2016년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에 판매 가격의 3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몰아주기’를 했다. 그 결과 중국 CATL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올라섰고 BYD 역시 5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1∼10월 누적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CATL이 26.6%, BYD는 10.6%로 각각 1, 4위에 올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일본과 달리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신속하게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결정하고 자원을 몰아주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대응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짚었다.

중국은 첨단 기술의 각축장인 반도체 시장에서도 정부 중심의 육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중국의 연간 반도체 분야 장비 투자액이 2021년 대만에 앞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약 34조 원 규모의 ‘국가 반도체 펀드 2기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반도체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대거 돈을 댔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가 주도의 펀드 조성이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와 반도체 업계에서 ‘인재 빼오기’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 인재들에게 기존 연봉의 3, 4배의 조건을 제시하며 영입전을 펼쳐왔던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박선경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부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핵심 기술 침해 논란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혼란을 틈타 중국에서 경쟁력 높은 한국 인재들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업계에서도 한국, 대만의 인재들을 노골적으로 빼가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계는 3000명 이상의 인재가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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