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여객기, 이란이 격추” 결론… 갈등 돌발 변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0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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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사건이 가까스로 봉합 국면에 들어간 미국-이란 갈등에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이 격추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이란이 “기계 결함이 원인”이라고 맞서면서 양국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 美, 위성·감청 동원해 ‘격추’ 주장

미국 당국은 적외선 감지 장비, 통신 감청, 추락 여객기 잔해 등을 토대로 이란이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미 당국이 적외선 감지장비를 탑재한 미군의 탐지위성(SBIRS)이 여객기 추락 당일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인 ‘SA-15’의 발사를 탐지했다고 보도했다. SBIR는 우주궤도 정찰위성의 적외선 감지 장비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와 궤적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를 격추한 러시아계 반군의 방공 미사일도 이 시스템이 탐지했다. NYT는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은 SA-15시스템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이란의 통신도 감청했다”고 전했다.

사고 항공기의 잔해도 미국 주장을 뒷받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여객기의 잔해가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다. 항공기가 기계적 결함으로 추락했다면 잔해가 좁게 퍼진다”고 분석했다. NYT가 공개한 감시카메라에 잡힌 사고 당시 동영상에는 어둠 속에서 섬광이 일어난 뒤 항공기 파편으로 보이는 잔해들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이란은 격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은 “사고 원인이 테러 공격, 폭발물 또는 격추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문이) 맞다면 비행기는 공중에서 폭발했어야 하는데 불이 먼저 붙은 뒤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했다”고 말했다. 알리 아베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도 국영통신사인 ISNA에 “과학적으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격추시켰다는 건 비논리적”이라고 일축했다.

● 트럼프 “이란 추가 제재 승인”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의 후폭풍도 여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9일 밤 바그다드 북쪽 80㎞ 떨어져 있는 미군 주둔 시설인 알발라드 공군기지 인근 두자일 지역에 로켓포 1발이 떨어졌다. 친이란 성향 민병대의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강력한 경제 제재 카드로 맞서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조금 전에 재무부와 함께 그것(추가 제재)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제재들은 매우 가혹했다. 지금은 상당히 증가했다”고 이란의 경제적 고통이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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