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단 우려에…원안위,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 늘리기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0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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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겨 진행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방사성폐기물 보관 시설 확충 관련 논의에 마침표가 찍혔다. 기존 보관시설이 포화 상태에 달해 원전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사태 매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10일 서울 종로구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113회 회의를 열고 ‘월성 1~4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이를 의결했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 111회 회의에서도 맥스터 증설을 위해 해당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후 회의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원안위 위원들이 해당 부지에 대한 현장 점검에 직접 나서는 등 심층 논의를 진행해왔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사용된 핵연료로 맥스터는 이런 고준위 핵폐기물을 임시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 가운데 하나다.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시설에서 최소 6년 간 냉각시킨 이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이번 회의에서 해당 안건은 표결에 부쳐졌다. 원안위원장이 안건을 표결에 부치려면 원안위 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원안위 위원은 8명(상임 2명, 비상임 6명)으로 원안위원장과 사무처장, 정부 추천 위원 3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 1명,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표결에서는 엄재식 원안위원장과 장보현 사무처장, 김재영·이경우·이병령·장찬동 위원이 맥스터 증설 허가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호철·진상현 위원은 안건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4월 맥스터 증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안위에 신청한 바 있다.

한수원은 기존 7기의 맥스터에 추가로 7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2단계 맥스터는 경주시 양북면 월성원전 부지 내에 들어선다. 저장용량은 16만8000다발로 1단계 맥스터와 같다. 연료 1다발의 길이는 50cm, 직경은 10cm로 무게는 약 23.8kg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해 안전성 평가를 위한 질의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KINS는 시설의 위치, 구조가 원자로 및 방사선 규칙으로 정하는 기술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방사성 물질 등에 따른 인체·물체 및 공공 재해방지에 지장이 없음을 확인했다.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KINS의 심사현황과 결과를 보고 받았고 해당 결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단계 맥스터의 착공을 위한 심의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이에 비해 이번 심의는 4년 가까이 걸렸다. 그만큼 맥스터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 대립이 첨예했다.

찬성 측은 맥스터가 적기에 건설되지 않으면 월성 원전이 중단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월성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저장률은 96.5%에 달한다. 맥스터가 추가로 건설되지 않으면 2021년 11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맥스터 건설 기간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까지 결정을 내야 원전 중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경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해 맥스터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대 측은 맥스터 건설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탈핵시민행동과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맥스터 추가 건설 관련 심사를 원안위가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원안위 위원들 간의 의견은 일치되지 않았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의 여부가 핵심 논제로 떠올랐다. 2016년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이거나 운영허가를 신청한 원전은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김호철 위원은 “한수원이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도 없고 심의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 계획서에는 맥스터의 항공기 충돌 평가와 관련된 내용도 담겨있다”며 “이런 것에 대한 검토 없이 심의·의결하게 되면 하자가 있는 행정행위이고 분쟁의 여지를 남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상현 위원도 이 의견에 동의하면서 “정부법무공단은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승인에 앞서 (맥스터 추가 건설 안건에 대한)허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며 “다만 이번 회의에서 이견이 나왔기 때문에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 사항인지 아닌지에 대해 다시 한번 법무공단에 정확히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령 위원은 “맥스터 건설이 지연된 것은 그간 기술적·법률적 검토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 에너지 문제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와있다”며 “법무공단의 해석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의결을 미루자는 취지로 말하는 것은 본질과 어긋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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