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가로막은 3대 쟁점…총선 전후 넘어야 할 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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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0일 1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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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 논의가 시동이 걸린 가운데, 탄핵·공천권·통합 방식 등 3대 쟁점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3대 쟁점은 보수통합 성사 여부는 물론 총선 이후에도 파장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논의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반 가장 큰 쟁점은 지난 2017년 이후 해소되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에 대한 입장정리다. 탄핵에 대한 입장은 현 보수진영의 노선을 두 갈래로 나뉘게 한, 이념투쟁의 ‘척도’로 여겨진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찬성하고 탄핵정국에서 당을 나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탈당파가 주축인 새로운보수당과 한국당내 복당파 등은 탄핵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으면 혁신과 통합은 물건너 갈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당 친박계(잔류파)와 우리공화당 등 강경 보수진영은 탄핵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규명하고 가는 것이 보수 통합의 첫 관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당시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찬성파에게만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보수 진영내 ‘힘의 균형’, 즉 보수 본류인 한국당의 ‘기득권’ 문제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유불리 등 현실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논쟁이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우리의 3원칙 수용 요구의 이면에는 공천권 보장 요구라는 복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황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 진정성 있게 확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은 내려놓을 것”이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 대표가 거론한 ‘3원칙’은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보수재건(통합)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이는 Δ탄핵의 강을 건널 것 Δ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Δ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 등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유 위원장의 3원칙에 대해 “제 생각과 다르지 않다” “자유우파 정당·단체 협의체서 논의하자”는 반응을 여러차례 내비쳤다. 다만 새보수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3원칙 수용 확답’은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황 대표가 이를 전면 수용할 경우 친박계 등 당내 반발이 거세질 공산이 크고, 반대로 거부할 경우 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황 대표는 ‘명확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길어지며 우려했던 친박계의 반발도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또 보수통합 논의의 한 축이었던 우리공화당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이탈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유승민만 자꾸 모셔다가 꽃가마를 태우는 식으로 보수통합을 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공화당쪽에서 거부반응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래서 제대로 된 통합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장 저쪽(새보수당)에선 탄핵에 대해 따지지 마라, 우리가 탄핵했다고 우리 보고 뭐라고 비판하지 마라, 여기까지 되는 것인데 돌아서면 강을 건너고 나면 탄핵을 인정하라 이렇게 나올 것”이라며 “그때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다 인정하라, 도리어 짐보따리 내놓으라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통합의 주도권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통합 논의 대상들은 진정성있는 통합을 위해선 한국당 주도가 아닌 범보수를 모두 이끌 수 있는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한국당 외부에서 구성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참여에 동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내 강경파들은 보수의 뿌리가 한국당인데 우리가 물러서는 모양새를 비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진태 의원은 “전당대회를 치러서 힘들게 전 당원의 뜻을 물어서 대표가 됐는데 ‘나는 지금 통합이 중요하니 유승민하고 공동 대표가 되겠다’ 혹은 ‘다 물러나고 비대위원장으로 어떤 분이든 모시겠다 ’라고 하는 것은, 이게 혼자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원들의 총의를 물어서 결정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보수통합신당의 지도 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 문제로 관측된다. 만약 대표 1인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현 한국당과 같은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할 경우 지도부 구성 단계부터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짧은 시간내 신당의 구체적 노선과 목표를 확고히 정하기도 쉽지 않은만큼 이에 기반으로 하는 단일지도체제 구축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과거 정당들이 합당하는 과정에서 채택한 바 있는 ‘공동 대표체제’가 이번에도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18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했을 당시 각각 바른정당 보수계와 국민의당 호남계를 상징하는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체제가 꾸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향후 당내 갈등을 불러일으킬 ‘뇌관’을 봉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 때문에 총선 승리 여부와 상관 없이 내홍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만약 보수진영이 총선에서 패배하게 될 경우 패배 책임론까지 맞물려 갈등이 더욱 배가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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