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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잘 달리던 말 지쳤는데 새 말로 못 갈아타는 상황”[파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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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잘 달리던 말 지쳤는데 새 말로 못 갈아타는 상황”[파워 인터뷰]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입력 2020-01-10 03:00수정 2020-0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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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장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경쟁력 제고’”라며 “근본적 구조 개혁 없이 재정, 통화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소득불평등 개선, 사회안전망 구축 정책 등이 의도와 달리 중산층, 정규직에게 더 큰 혜택을 줄 가능성도 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재분배 정책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2014년 2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 내에서 한국인으로는 최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재직 중인 이창용 국장(60)의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많은 문제는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재정 및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재계와 노동계가 서로 비난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또 “지난 20년 동안은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한국이 구조조정 없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권고했다. 이번 인터뷰는 7일(현지 시간)과 지난해 12월 19일 각각 진행됐다. 그는 13∼1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한국 경제는 ‘과거 잘 달리던 경주마가 지쳐 예전 같지 않은데도 새 말로 갈아타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청년들이 공무원과 건물주만 꿈꾸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IMF에 입성했다. 총재, 부총재에 이어 IMF 실무 최고위직인 국장에 임명된 첫 한국인이다. 아래는 일문일답.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택하고 있어 유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미-이란 갈등이 중동 전체로 번지고 장기화하면 한국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중국은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1단계 무역합의가 서명될 예정이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향후 미중 무역합의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세계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나.

“한쪽으로 예단하긴 힘들다. 일단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이 이뤄지면 선진국 경기는 최저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늘어난 국가 채무로 회복세가 더딜 듯하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는 높을 것 같지만 아시아 지역은 낙관하기 어렵다. 그동안 7%대 고성장을 이어갔던 인도는 최근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도 비슷하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당분간 진정되더라도 지방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성장률 둔화가 이어질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겠지만 6% 성장률을 사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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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차 무역협상 타결, 반도체 가격 회복 같은 대외 요인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 같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훈풍이 예전만 못할 것 같다. 설령 중국이 6% 성장률을 유지한다고 해도 그렇다. 최근 중국의 부양 정책은 한국의 수출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인프라 투자가 아닌 세율 인하와 소비 증가 등 내수 진작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협상 타결 후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을 더 구매하면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줄여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 중국은 전자제품, 플라스틱 제품을 주로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품을 많이 구매하는 과정에서 한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시장에만 돈이 몰린다는 지적이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최근 가격 상승은 수도권에만 국한된 현상이다.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해외 경제학자들은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왜 국가적 통화 정책 및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를 의아해한다.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의 부동산 가격도 강남 못지않게 높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도 특정 지역의 가격을 잡는 것이 통화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정부가 단기간은 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이를 관리하려면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서민주택 공급 확대, 보유세 및 자본이득세 강화를 통한 조세 형평성 향상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나라 전체가 투기 열풍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경제 성장 둔화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 교육 정책의 변화로 강남 지역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탓도 있다. 다른 정책과의 일관성도 점검해야 한다.”

이 국장은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뼈 있는 진단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경험한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비난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20여 년간 중국을 시장으로 삼아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 없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신흥국의 추격이 본격화됨에 따라 체질 개선을 늦출 수 없다. 사회적 정치적 합의를 통해 가급적 빨리 경제구조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구조개혁 없이 재분배 정책 혹은 재정 및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출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기술 진보가 있어야 하는데 선진국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사업을 하던 단계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한국의 교육 제도, 기업 및 노동시장 문화가 최첨단 기술 개발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해 왔는지, 자동화로 인해 제조업이 더 이상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비스 산업을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승자와 패자 간 이해 상충을 조율할 정치적 역량이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부가 꼭 염두에 두길 바라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는 정책의 목표 대상이 저소득· 취약층인가, 중산층인가이다. 둘째는 공급자 보호만큼 소비자 편익도 고려하고 있는가, 셋째는 반드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닌가이다. 소득불평등 개선, 사회안전망 구축 정책을 추진할 때 의도와 달리 중산층, 정규직에게 더 큰 혜택을 줄 가능성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 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재분배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국제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또 과거 공급자 중심 정책을 펴오는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이 희생된 것도 사실이다. 택시업계와 타다의 공방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양측의 대립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을 어느 정도 고려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의 전공 선택, 원격 진료에 대한 지역 의사들의 반발 등도 이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요즘 미국 대학에서는 문과와 이과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전공이 컴퓨터나 네트워크 지식과 융합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공급자인 교수들의 기득권 싸움으로 문·이과 통합은커녕 학과별 정원 조정도 수십 년간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 것도 무리다. 과거 국가 경제구조가 복잡하지 않았을 때라면 모를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신기술이 등장한 상황에서 과거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너무 잘 달렸던 경주마가 지쳐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새로운 말로 갈아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듯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삶의 목표는 공무원, 꿈은 건물주’라고 한다.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청년들의 목표가 공무원이란 사실이 매우 우려된다. 축구 경기를 해야 하는데 모두가 선수 대신 협회 직원만 되고 싶어 하는 격 아닌가. 그런 나라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은 없다. 청년들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한 직업을 평생 갖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부모 세대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기를 바란다. 인터넷이라는 좋은 무기가 있어 좋은 스승을 반드시 국내에서만 찾을 필요가 없다. 영국 런던경영대학원의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 교수가 쓴 ‘100세 인생’이라는 책도 좋다. ‘여러분의 발전에 한국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하고 싶다.”

● 이창용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장은


△ 1960년 충남 논산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획단장
△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 2014년 2월∼현재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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