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불참 속 ‘반쪽’ 본회의 개의…민생법안 200여건 처리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9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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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는 여야 간 막바지 진통 끝에 결국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본회의를 열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6일 본회의를 이날로 미루면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철회하고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전날 단행된 검찰 인사 후폭풍이 간만에 이뤄질 뻔했던 여야 협치에 찬 물을 끼얹었다.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을 모두 좌천시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검찰 학살’이라 비판하며 이날 본회의 연기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4+1’(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체제를 급하게 재가동해 예정됐던 오후 2시보다 5시간 늦은 7시 5분 본회의를 열었다.

● 합의해놓고도 결국 반쪽 본회의

당초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비롯한 유치원 3법 등 쟁점법안은 이날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후 3시 시작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검찰 학살로 엄중한 시국에 무기력한 대응”이라며 검찰 인사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면서다. 결국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도중 나와 기자들에게 “검찰 ‘학살 인사’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가 많았다”며 “법안 처리보다 훨씬 중요한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적 정체성을 흔드는 폭거 앞에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본회의 보이콧을 예고했다.

의총 직후 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찰 대학살 규탄대회’를 열고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요구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관할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법무부 관할인 법제사법위원회를 소집해 검찰 인사를 규탄하고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당 내에 ‘검찰학살 진상규명TF’를 꾸리고 10일엔 청와대 앞에서 검찰 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한국당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국회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5시 긴급 의총을 열고 대책 회의를 진행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는 자유한국당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본회의는 무조건 열겠다”고 했다. 직후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의결정족수(148석)을 맞추기 위해 국회 밖에 있는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에게 부랴부랴 전화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시간이 지나서야 151명으로 정족수가 채워졌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하고 이후 1분에 1건 꼴로 민생법안 처리를 시작했다.

●천신만고 끝에 본회의 간 민생법안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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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본회의에 오른 대표적인 민생법안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연금 3법’(국민연금법·기초연금법·장애인연금법 개정안),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 등 198건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데이터 3법은 천신만고 끝에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혀 기업이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3개 법안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회가 패스트트랙 대전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해를 넘긴 상태였다.

저소득 노인과 장애인,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연금 관련 3법도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어 본회의에 올랐다. 만약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수급자 약 165만 명은 월 5만원씩 인상된 연금 혜택을 못 받게 될 상황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개정됐어야 하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 개정안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DNA 채취를 위한 영장 발부 과정에서 당사자가 의견 진술을 하거나 불복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현행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다만 △정부의 보상을 확대하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법) 일부개정안 △IT 기업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으로 제정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일부 의원의 반대로 법사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계류됐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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