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인사 불이익’ 안태근…대법, “직권남용 아냐” 보석 석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9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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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47)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54)이 9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018년 1월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 불이익 의혹을 폭로한 지 약 2년 만이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법정 구속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생활을 보내던 안 전 검사장은 이날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 석방됐다.

● “인사는 인사권자 권한…부치지청 제도 절대 기준 아냐”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인사담당 검사에게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배치하도로 지시한 것이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죄가 처벌하도록 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했다. 이어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했다. 검찰 인사는 인사권자가 재량을 가지고 판단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경력검사가 소규모 지청인 부치지청에 근무한 경우 다음 인사 때 희망지를 반영해주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인사가 절대적 기준이 아닌 배려 사항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제도가 언급된 2005년 7월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사항을 보면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라고 언급돼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인사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들 중 하나로 지켜야 할 일의적·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 ‘인사권 행사’에 대한 직권남용죄 엄격 해석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안 전 국장이 직권을 남용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한 원심과 정반대의 결론이다. 앞서 1, 2심은 안 전 검사장이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했고, 인사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인사 개입에 대한 직권남용죄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내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사건 등 그동안 인사권 행사에 대한 직권남용죄에 대해 폭넓게 인정을 해왔지만 이번엔 달랐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판사들을 희망하지 않은 근무지로 발령 낸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심사에서 안 전 검사장 사건을 비교 사례로 언급한 만큼 사건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 가진 만찬에서 현금 봉투를 건넸다는 이유로 면직당한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3심이 진행되고 있다. 원심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안 전 국장은 검찰에 복직한다.

박균택 법무연수원장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 난 건 자신이 고교 후배 검사를 다른 검찰청으로 발령 내 달라는 부탁을 법무부에 했기 때문이라는 진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법원 판결문에 박 원장의 진술서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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