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정상세포로…국내 연구진, 항암치료 부작용 줄일 원천기술 개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9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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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SETDB1’ 발견
기존 항암치료 부작용 최소화 기대
국제 학술지에 논문 게재

기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암세포의 정상세포 환원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KAIST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대장암세포를 일반적인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장암세포와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수범 연구원, 황채영·김동산 박사, 한영현 박사과정, 서울삼성병원의 이찬수 박사, 홍성노·김석형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분자암연구(Molecular Cancer Research)’에 지난 2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고 하이라이트 특집 기사로도 출판됐다.(논문명: Network inference analysis identifies SETDB1 as a key regulator for reverting colorectal cancer cells into differentiated normal-like cells)

현재 항암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암 화학요법은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죽여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신체 내 정상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사멸시켜 구토, 설사, 탈모, 골수 기능장애, 무기력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암세포들은 항암제에 본질적인 내성을 갖거나 새로운 내성을 갖게 돼 약물에 높은 저항성을 가지는 암세포로 진화,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정상 세포의 사멸을 감수해야만 하는 문제를 갖는다.

이를 극복키 위해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없애는 표적 항암요법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면역 항암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으나 효과와 적용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며 장기치료 시 여전히 내성 발생의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공동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전략을 제안했다.

조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연구방법을 통해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변환할 수 있는 핵심조절인자를 탐구했고 그 결과 다섯 개의 핵심전사인자 CDX2, ELF3, HNF4G, PPARG, VDR와 이들의 전사 활성도를 억제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epigenetic regulator)인 ‘SETDB1’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SETDB1을 억제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정상세포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을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조 교수팀은 “대장암세포에서 SETDB1을 억제했을 때 세포가 분열을 중지하고 정상 대장 세포의 유전자 발현패턴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암세포에서는 암 특이적으로 활성화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SETDB1이 정상 세포의 핵심전사인자를 억제해 암세포가 정상 세포로 변환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TDB1 조절을 통해 원래의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어 조 교수 연구팀은 서울삼성병원과 협동 연구를 통해 SETDB1이 높게 발현되는 대장암세포를 가진 환자들에게서 더 안 좋은 예후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으며,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3차원으로 배양한 장기유사체)에서 SETDB1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시 정상 세포와 같은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추후 신약개발과 전임상실험을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기술개발을 촉진, 항암치료의 여러 부작용과 내성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크다.

조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 축적에 의한 현상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졌으나 이를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는 암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잘 관리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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