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前 닛산 회장 “닛산·르노 통합 진행하다 배제 당해”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9일 0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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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 등 혐의로 일본에서 형사 재판을 받다가 보석 기간 중 모국인 레바논으로 도망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은 8일(현지시간) “자신은 인신공격(character assassination)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가 일본에서 도주한 이후 공식석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 NHK 등에 따르면 곤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닛산과 르노의 경영 통합을 진행했기 때문에 (닛산 경영진으로부터) 배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을 부정직한 부하들에 의한 기업 쿠데타의 희생자로 묘사한 뒤 자신을 밀어내는데 관여한 닛산 전현직 임원들의 실명도 공개했다.

곤 전 회장이 실명을 공개한 닛산 전현직 임원은 곤 전 회장이 밀려난 이후 닛산 사장에 오른 니시카와 히로히토(西川?人) 전(前) 사장을 필두로 전 부사장과 전 감사, 법무 담당 외국인 전무, 일본 경제산업성 출신 사외이사 등 5명이다.

다만 곤 전 회장은 자신을 밀어내는데 관여한 일본 정부 관계자의 실명은 “레바논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일본 정부 관계자의 이름을 꺼낼 생각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닛산의 간부들이 프랑스 르노와 합병을 막기 위해 곤 전 회장의 체포를 기획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곤 전 회장은 닛산과 르노의 완전한 결합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닛산 간부들은 곤 전 회장 체포를 통해 이 가능성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곤 전 회장이 2018년 11월 보수 축소와 배임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된 이후 합병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곤 전 회장은 “일본 사법제도는 기본적인 인권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도주를 정당화했다. 검찰의 필요에 따라 장기간 구금이 계속되고, 변호사 입회 없이 검찰 조사가 이뤄졌으며 더 오랜 기간 아내와 접촉이 금지된 것 등을 일본 사법제도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로 들었다.

그는 지난 2011~2015년 유가 증권보고서에 자신의 소득을 축소 신고하고, 그외 닛산 투자자금과 경비를 개인 용도로 부정 지출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일본 검찰에 구속기소된 이후 보석과 재구속을 수차례 반복하다 지난달말 보석 도중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근거가 없고 닛산이 지출한 자금은 모두 정당한 것”이라며 “소득을 낮게 신고한 것은 구속될 만한 사유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을 받기 보다는 도주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난 정의를 피한 것이 아니라 불의와 정치적 박해를 피한 것이다. 나와 가족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프랑스와 브라질, 레바논 시민권을 갖고 있는 그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기꺼이 재판을 받겠다”고도 했다.

다만 ‘프랑스로 가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레바논에 만족한다”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는 그가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이 닛산과 공모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닛산과 일본 검사들의 결탁은 어느 곳에서나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검사들은) 고백만 하면 끝난다고 했다”며 “자백하지 않으면 너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쫓아낼 것이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말 일본을 탈출한 뒤 미국 대변인을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유죄를 전제로 취급받았다”며 “(레바논 행으로)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는 부정(不正)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게 됐다”고 동일한 맥락의 주장을 한 바 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이 어떻게 일본을 탈출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일본에서 탈출했는지에 대해 말할 계획이 없다”며 “나는 내가 (일본을) 떠나야 했던 이유를 얘기하러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은 현지시간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0시)에 곤 전 회장 측이 선정한 세계 각국의 50여개 매체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지지통신은 참가매체들은 주로 곤 회장이 시민권을 보유한 프랑스와 레바논 매체들로 일본 언론은 참가 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일본 측의 반론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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