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딸 대신 왔어요”…공공기관 채용박람회 ‘인산인해’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8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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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 aT센터서 8~9일 이틀간 '2020년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규모 2.6만명 '역대 최대'…뜨거운 관심
자녀 대신 해 온 부모, 군복 입은 군인, 재취업 꿈꾸는 40대까지
오후 3시 기준 2만4000명 몰려…양손엔 취업정보 책자 한가득
인기 공공기관 설명회장은 가득차 문 밖서 사진촬영만 하기도
취준생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채용비리 엄단해 달라" 요구도

“우리 때와 달라 너무 치열하잖아요.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돼”.

8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0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만난 김모(60)씨는 24세 딸 대신 왔다고 했다. “딸은 지금도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김씨의 딸은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느라 1년 휴학을 해 올해 4학년에 올라간다.

김씨의 딸은 금융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일반기업으로 가면 경쟁에 치일 것 같고 수명도 짧지 않느냐. 안정적인 게 최고”라며 “눈 낮추지 않고 계속 (금융공기업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예정 규모는 2만5653명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계획 대비 2000여명이 늘었다. 그만큼 구직자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 채용박람회를 주최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행사에 참여한 취업준비생은 2만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참여인원은 총 4만2000명이었다. 지난 2016년(2만1702명)에서 두 배로 늘어난 숫자다. 참여 공공기관은 141개로 역대 최다 규모다.

이날 행사장은 취준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각 기관별 상담 부스 앞에 길게 줄을 서며 경쟁자이기도 한 일행들과 정보 공유에 바빴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군복 입은 군인, 40대 재취업자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취준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 부스는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었다.

지방국립대에서 전기 전공을 한 염모(27)씨는 졸업한 뒤로 1년째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필기시험이 워낙 어려워 준비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기업 준비와 함께 일반기업에선 대기업은 빼고 중견기업 위주로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별 채용설명회가 진행된 3층 강당에서도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국전력거래소 채용설명회장에는 아예 자리가 꽉 차 미처 입장하지 못한 취준생들이 열린 문 밖에 서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이들은 서로 머리 위로 팔을 들어 휴대전화기로 설명회 사진을 연신 찍었다. 이들 중 하나였던 A씨는 “이렇게라도 찍어가야 한다”고 했다.

양손 가득 행사 책자를 든 김모(35)씨는 늦깎이 취준생이다. 2014년 국민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에야 취업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1년간 준비해 토목 관련 자격증을 땄고 이제 조금 (취업이) 보이는 것도 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준생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취준생들은 지난해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와 지역인재 채용 등에 대해 질의했다.

취준생 이민재씨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주의 수준에 그쳤다는 뉴스를 봤다”며 “이들에게 철퇴를 내려야 취준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지역인재 채용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취준생 권하은씨는 “가령 원주로 지원했던 사람이 중간에 서울로 발령받거나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또 “원주로 이전한 기관은 원주 거주자에게만 가산점을 줘야 하는데 대구 거주자도 지역인재라 해서 주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취업 경쟁 심화로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컨설팅 업체 등 ‘사교육’이 횡횡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취준생 김민정씨는 “돈이 없거나 그만큼 투자하기 힘든 이들은 준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취준생들은 각 기관별 채용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섰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아 채용담당자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보다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 살면서 스터디가 있을 때마다 서울로 올라온다는 이승훈씨 역시 “공공기관·공기업 취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보싸움”이라며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일원화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공공기관들이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관별 상·하반기 채용 일정을 나눠서 알리오 사이트 등에 올리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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