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답방·금강산관광’ 등 남북교류로 승부수 띄운 文…北 호응 촉구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7일 1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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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남북 운신의 폭 넓히기에 '총력'
남북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협력 제안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도
"6·15 20주년, 김정은 위원장 답방 여건 마련"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건 마련의 필요성과 함께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제재의 벽에 부딪혀 무산됐던 사안들을 언급하며 남북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이번 대북 메시지의 골자였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를 통해 북미 대화 경색으로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한반도 상황에 대해 담담히 풀어나갔다. 대북제재로 인해 운신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도 담겼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었다고 언급한 것도 대화 궤도에서 북한이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한 그간의 인식이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의 진전이 선순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지만, ‘대북제재’라는 현실적인 장벽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했다. 북미 대화 바퀴가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한 축인 남북 대화 바퀴만 돌게 된다면 자칫 비핵화 대화 국면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대한 상황 인식이 이번 신년사에 담겼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동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무력의 과시와 위협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북미대화의 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교착 상태에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 증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문 대통령이 신년 인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한 만큼 적극적인 남북 교류 협력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등 스포츠 교류 협력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 ▲6·15 김정은 위원장 답방 여건 마련 등 총 4가지를 제안했다.

남북 접경 지역 협력은 평양 공동선언 합의문에 포함된 내용이자, 문 대통령이 노르웨이 국빈 방문 중 오슬로 대학 연설을 통해 제안한 것이다. 남북 정상은 당시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 접경 지역 협력’을 다시 꺼낸 것은 평양 공동선언 정신을 살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응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생태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해의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전원회의 결정사에서 생태 환경 관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적지 않게 나왔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8000만 겨레의 공동 안전을 위해 접경지역 협력을 시작할 것도 제안한다”고 밝힌 것도 김 위원장의 국정 방향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필요한 남북 협력을 가시화하자는 의지로 분석됐다. 문 대통령이 이어 “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스포츠 교류 협력을 언급한 것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관계의 ‘훈풍’과도 무관치 않다. 평창의 바람이 불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올해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금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의사를 타진하며 “남북이 한민족임을 세계에 과시하고, 함께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제1회 동아시아 역도 선수권대회’와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북한의 실력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교류가 곧 서울과 평양을 잇는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 제안 역시 문 대통령이 꼽은 현실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네스코에 씨름을 남북이 공동 등재한 경험을 언급하며, 올해는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를 통해 국제적 지지를 끌어내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북 제재 벽에 걸려 진도를 낼 수 없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이라며 “지난 한 해, 지켜지지 못한 합의에 대해 되돌아보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친 이유를 되짚어보며 한 걸음이든 반 걸음이든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되새겼다.

특히 이번 신년사에선 특히 ‘김 위원장의 답방 추진 여건 마련’이란 문구도 담겨 눈에 띈다. 올해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을 명분 삼아 2018년 12월 한 차례 무산됐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한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하여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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