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으로 치러진 솔레이마니 장례식…“美, 어두운 날 맞이할 것”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6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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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순교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어두운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6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장례식에서 솔레이마니의 딸 제이나브는 이란 국영TV 생중계를 통해 “미친 트럼프, 아버지의 순교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선포하고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렀다.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갈라진 목소리로 추모객들의 기도를 주도했고,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솔레이마니의 후임인 이스마일 가니 쿠드스군 사령관, 후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란의 동맹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도 참석했다. 하니예는 “솔레이마니 사령군의 순교는 예루살렘의 순교라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은 깃발과 솔레이마니 사진을 들고 도시 광장에 모여 솔레이마니를 추모했다. 이란 국기로 덮인 솔레이마니의 관은 장례식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넘겨졌다. 추모객들은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훼손하고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이라고 외치며 복수를 다짐했다.

로이터는 이날 모인 군중의 규모가 1989년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 규모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인 5일 오전 솔레이마니의 시신이 이란 남서부 후지스탄주(州) 아바즈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검은 옷을 입은 수백만명의 추모객들이 모여 관을 따라 행진했다. 솔레이마니 시신과 함께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알사비(PMF)의 아부 마흐이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의 시신도 이란으로 돌아왔다.

아바즈가 추모 행렬의 첫 번째 목적지로 선택됐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란에서도 정부에 반감을 가진 아랍인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추모에 동참한 사업가 아미르(35)는 “이번 테러로 이란인들의 국가적 자존심이 상하고 모욕당했다”며 “나는 내 연대감을 보여주고 이란과 전쟁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NYT는 이란 국민들이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솔레이마니를 국가적 숭배의 대상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솔레이마니를 이슬람국가(IS)나 이스라엘, 미국 등으로부터 이란의 안보를 지켜온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날 아바즈 카룬강 다리를 건너는 추모 행렬은 무려 30km에 달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과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등지에서 시아파 민병대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로 이란에서는 알리 하메네이에 이어 영향력이 크다.

이날 오후 솔레이마니의 관은 세 번째로 중요한 시아파 성지가 있는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로 옮겨져 추모식을 치렀다. 이곳에서도 수백만명이 거리에 몰려들어 추모에 동참하느라 도시 곳곳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이란에서 반미 정서가 고조되면서 다음 달 21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하산 로하니 정권이 다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정 국가체제인 이란은 1987년 유일 집권당이었던 이슬람공화당이 호메이니 당시 최고지도자의 지시로 해체된 이후 현재까지 법적 의미의 정당은 없고, 느슨한 형태의 정치단체(정파)만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인한 경기 침체와 생활고, 억압적 통치체제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최근 몇달 간 계속됐던 만큼 이번 총선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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