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이 美 공격하면, ‘불균형적 방식’으로 응징할 것”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6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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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그 몇 배로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시설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메시지가 미디어 게시물들을 통해 미 의회에 전달될 것이라면서 내놓은 경고다. ‘불균형적 방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란 공격에 상응하는 수준을 넘어 과도하다고 할 정도의 강도로 응징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미국은 이란의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특수부대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폴리티코와 밀리터리닷컴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ASOC) 산하 지상 전투 병력의 핵심인 제75 레인저 연대의 1개 중대(150~200명) 규모가 포함된 병력을 이 지역에 보낼 예정이다. 앞서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3500명의 추가 배치 계획을 밝힌 이후의 추가 조치다.

이란이 5일(현지 시간)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며 사실상 완전한 탈퇴 선언을 하면서 중동지역은 물론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 확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란이 핵 개발 시도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경우 2015년 당시의 중동 핵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제한 없이 핵 프로그램 재개에 나설 경우 이르면 1년 반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게 핵 전문가들의 전망.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날 뉴욕타임즈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복구, 가동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양의 우라늄을 추출하는 데 8~10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1년 안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2015년 핵 협정에 따라 당시 보유 중이던 1만9000개의 원심분리기 중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3분의 2를 제거했다. 그러나 미국이 핵 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이에 반발하며 다시 시설 확충에 들어갔고, 현재 핵 협정에 제한된 규모보다 더 많은 원심분리기를 다시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의 핵 개발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진행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핵 협상에 집중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분산되면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거나 관련 업무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압박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 대한 반발과 적개심을 공유하고 있는 북한과 이란이 향후 핵 개발에 협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3월 북한과 이란 군부가 핵, 미사일 개발 협력을 지속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란과 북한의 핵 커넥션 의혹은 양국 간 지하 핵실험 자료 및 기술 교류, 관련 분야 인력들의 왕래설과 함께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다만 미사일이 아닌 핵 분야에서의 협력을 뒷받침할 물증이 나온 적은 없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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