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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과 합종연횡 사이[동아광장/김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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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과 합종연횡 사이[동아광장/김석호]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입력 2020-01-06 03:00수정 2020-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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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유승민 통합 싸고 설전
선거용 합종연횡, 국민 시선 싸늘
처절한 반성과 세대교체가 먼저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치의 계절이다. 정당과 후보자 모두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보수세력 통합을 두고 주고받는 거친 샅바싸움이다. 황 대표는 ‘유 아무개’ 말고도 함께할 세력은 많다며 으름장을 놓고, 유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집을 짓자고 공격한다. 서로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품새가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 공방은 보수세력 통합의 과정일까, 선거를 앞두고 으레 출현하는 합종연횡일까?

선거가 석 달 남았다. 통합에는 촉박한 시간이다. 통합 추진의 주체들도 변한 게 없다. 갈라서기 전 새누리당으로의 회귀에 가깝다. 새로운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통합은 보수 유권자 지지표의 분산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만 보인다. 한 번 헤어졌는데 두 번은 어려울까? 통합의 핵심은 정치 철학과 가치의 공유와 서로에 대한 신뢰에 있다. 통합의 정당성과 비전을 유권자가 수긍해야 완성된다. 하지만 현재 두 정치인의 드잡이에서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다. 통합이 아닌 합종연횡이다.

우리는 날개 꺾인 보수로 지난 3년여를 지내왔다. 세상의 변화에 적합한 보수의 철학과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유권자에게 설득해 공감을 얻는 정치의 기본이 보수 진영에서 실종되었었다. 기회는 있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성찰과 반성을 거쳐 기존 보수의 해체와 재건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었었다. 모두가 그러기를 소망했다. 헛된 기대였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참담한 수준으로 패했지만 반성하지 않았고, 사과 대신 남 탓으로 일관했다. 탄핵과 잇단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만 남았다. 이들 중 일부는 오히려 탄핵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인했고, 친박은 촛불의 분노가 무뎌지고 현 정권의 실기(失機)가 거듭되는 사이 다시 한국당을 장악했다.


황 대표가 ‘태극기’까지 끌어안으며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태극기가 표방하는 ‘바람직한 국가’가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내러티브는 그들 사이에서는 감동의 눈물을 훔치게 만들지는 몰라도 공감할 수 없는 다른 사람에게는 꼰대질일 뿐이다. 내러티브의 확장성도 없다. 보수 진영 인사들은 자기 주변에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 50%의 국정 지지율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심한다. 동질적 태도와 인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다른 견해와 정보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이들만으로 만드는 세력 연합은 보수 통합이 아니라 수구 고립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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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위해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국정농단과 탄핵에 책임이 있는 정당으로서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민이 그만해도 된다고 해도 계속 사과해야 한다. 탄핵 찬성을 배신으로 몰면서 배신자와 함께하는 통합에 유권자는 환호할까? 둘째, 보수 통합을 채울 내용과 정체성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현 집권 세력의 거듭된 헛발질에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이 한국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이유를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가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스스로 보수라고 규정하지만, 그 가치를 한국당이 구현하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보수 노선의 경제정책을 확고히 수립하고 보수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에 바탕을 둔 사회 의제의 설정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젊어져야 한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성공 경험을 절대적 진리로 보는 시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과거에 매몰되어 낡은 관행을 강요하는 집단과 절연해야 한다. 빠른 세상 변화의 무서움을 모르는 집단에 의지하는 정치는 미래가 없다. 지속적 개혁과 안정적 변화를 가져올 건강한 젊은 인재에게 과감하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갑(甲)질’의 대명사가 된 장성을 소중한 인재로 포장하는 낡은 감각으로는 어림도 없다.

김세연 의원은 불출마 선언에서, 한국당은 수명을 다했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해체와 재건을 호소했다. 나도 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한다. 현재 진행되는 보수 대통합 논의가 과거의 합종연횡을 답습하지 않고 김 의원의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중국 전국시대에 진에 대항해 6국이 연합했지만, 진의 천하통일을 막지 못한 이유가 각자가 전체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만 챙겼기 때문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선거용 보수 통합은 필요 없다.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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