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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속 섬이어라∼ 찻잔에 가락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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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속 섬이어라∼ 찻잔에 가락이어라∼’

진도·해남=김동욱기자 입력 2020-01-04 03:00수정 2020-0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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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진도·해남|
진도타워에서 바라본 진도대교. 다리 밑 명량해협의 빠른 물살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 새해에는 좀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마음의 여유를 느끼기에는 여행만 한 것이 없다. 특히 예술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없던 여유도 갑자기 생길지 모른다. 전남 진도, 해남은 조선시대 한양(서울)과 멀리 떨어진 탓에 유배지로 자주 선택됐다. 당시 유배 온 양반들은 글과 그림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 덕분에 학문과 예술이 꽃피웠고, 그 유산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운림산방의 집 앞 연못과 한가운데의 둥근 섬에 자리 잡은 배롱나무의 풍경이 그림으로 그려낸 듯하다.
진도 운림산방에서는 그림 같은 풍경과 수십 점의 그림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운림산방이라는 이름부터 멋스럽다. 운림산방 뒤의 첨찰산 깊은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8∼1893)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소치에 이어 5대에 걸쳐 직계 화맥이 이어지고 있고 남종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1808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난 소치는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문하에 30대 나이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서화 수업을 받았다. 추사는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며 소치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소치는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떠난 뒤 세상을 뜨자 고향 진도로 돌아왔다. 첨찰산 쌍계사 옆에 작은 집을 짓고 그 집을 ‘운림산방’이라 이름 지었다. 소치는 이곳에서 죽기 전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운림산방은 그 풍경만으로도 수묵화로 그려낸 듯한 멋을 지닌 곳이다. 작은 집 앞에 널찍한 연못(운림지)을 파고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었다. 소치는 손수 섬에다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배롱나무 아래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나무와 한 쌍으로 어울리며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운림산방의 멋진 풍경은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운림산방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곳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운림산방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추운 겨울이라고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운림산방을 돌아보면 한 해를 좀 더 넉넉하게 계획할 여유가 생긴다. 운림산방 옆 소치기념관에는 50여 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소치의 작품은 물론이고 그의 후손들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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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핫플레이스라고 한다면 가수 송가인의 집을 빼놓을 수 없다. 가수의 집에 누가 찾아간다고 할지 의아할 수 있지만 하루에 10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송가인 집이 있는 진도군 지산면 앵무리로 가는 길은 찾기 쉽다. 도로에 설치된 표지판에 ‘송가인 집’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몇 km가 남았는지 상세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루에 10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진도의 명소가 된 가수 송가인의 집.
마을에서 송가인 집은 주위에 많은 자동차들이 주차돼 있어 눈에 쉽게 띈다. 사람들로 북적여 지방 시골의 한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송가인 전신사진을 세운 모형 앞에서 송가인 팬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설치된 나무 덱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집 앞에는 마을 사람들이 파는 지역 특산물도 만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아무도 찾지 않았던 마을에 송가인 덕분에 사람들이 찾고, 특산물도 팔 수 있어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송가인 아버지는 팬들이 많이 모일 때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또 집 앞 마당에 커피와 물을 마실 수 있게 했다. 진도에서 송가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많은 관광지와 식당에서 송가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송가인 사인이 전시된 액자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진도의 랜드마크 진도타워.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면 진도개테마파크를 꼭 방문하자. 진도개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진도개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진도의 랜드마크인 진도타워가 제격이다. 진도대교 아래의 울돌목을 보면서 얼마나 물살이 빠르고 거친지 실제로 확인할 수 있고, 명량대첩과 관련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곳들에서도 송가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오근선 마승미 씨 부부가 23년 동안 직접 차를 재배하고 덖어 만들고 있는 설아다원.
해남 대흥사를 품고 있는 두륜산 암봉 반대편 자락에 위치한 차밭 설아다원은 차를 마시고, 차밭을 거닐고, 우리 가락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이곳 주인장인 오근선(58), 마승미 씨(49) 부부가 23년 전부터 직접 차를 재배하고 덖어 만들고 있다. 설아다원 차밭은 차를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두륜산이 매서운 동풍을 막아준다. 바다 쪽에서는 남도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해남읍내와 비교해서도 기온이 3도 이상 높다.

차밭은 겨울에도 초록으로 가득하다. 차밭에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면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헷갈릴 정도다. 차밭 사이사이로 상록 활엽수인 녹나무와 삼나무를 심어놓아 초록빛은 더욱 짙다. 아침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지언정 햇살이 내리쬐는 차밭을 걸으면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질 정도다. 축구장 5개 정도의 넓이인 3만3000m² 규모의 차밭은 30분 정도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만약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주인 부부에게 물어보면 자세하게 어떤 코스로 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설아다원은 단순한 차 농원이 아니다. 봄이 되면 직접 찻잎을 따서 덖어 볼 수 있는 차 만들기 체험장을 운영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차를 따고 마시면서 차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차 명상, 제철음식 체험, 풍물 체험도 할 수 있다. 부부는 한옥 민박도 운영하고 있다. 만약 설아다원의 진정한 면모를 느끼고 싶다면 하루 정도 숙박을 추천한다.

약 10년 동안 판소리를 배운 설아다원의 마승미 씨가 진도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설아다원에 머문다면 부부가 펼치는 우리가락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마 씨는 약 10년 동안 배운 판소리로 진도아리랑, 흥부가 등을 멋들어지고 구성지게 부른다. 여기에 오 씨가 박자를 맞춘다. 흥겨운 가락에 어깨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차를 마시고 공연을 즐긴 뒤 어둠이 깔린 차밭으로 나가보자. 달빛이 비추는 차밭은 몽환적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불빛이 비추는 곳까지 살짝 차밭을 거닐어보면 차밭이 얼마나 환상적일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차밭이 보이는 나무 덱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다. 남도의 가장 아름다운 겨울을 맞을 수 있는 곳. 한 잔 차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 여행정보

팁+ △송가인 집은 부모님이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공간.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에만 방문이 허용된다. △진도개테마파크에서는 평일 오전 10시, 오후 3시와 토·일요일 오후 1시에 진도개 공연 등이 열린다. 다만 1, 2월은 열리지 않는다. 공연은 무료다. △설아다원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객실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감성+ △책: 칼의 노래(2001년·김훈) 진도와 해남 사이 빠른 물살이 지나가는 울돌목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 떠오른다. △영화: 마음이(2006년·박은형, 오달균) 연기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쟁쟁한 연기를 펼친 진도개.


여행지 지수(★ 5개 만점)
△새해 시작하며 마음의 여유 찾기 ★★★★★
△겨울에 따스한 햇살 만끽하기 ★★★★★
△녹차밭 아침 산책하기 ★★★★★
△이순신 장군 격전지 찾아보기 ★★★★
△왜 진도개, 진도개 하는지 확인하기 ★★★★

진도·해남=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진도#해남#운림산방#설아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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