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유예됐던 한미연합훈련, 北 ‘정면돌파’에 복원되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3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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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스퍼 장관 "김정은 다음 움직임에 따라"
"축소·유예된 연합훈련 복원 가능성도 있어"
"북미 대화 하는 동안…선제적 조치는 아냐"
北건군절·한미연합훈련 2~3월 도발 가능성
北 움직임 따라 연합훈련 정무적 판단할 듯
軍 기조도 바껴…"적 도발시 주저없이 대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대화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하며 ‘정면돌파전’을 천명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이 그동안 축소·유예한 한미 연합훈련 복원 가능성을 시사해 관심이 쏠린다.

한미는 북미 대화가 진행되던 지난 2018년과 2019년 연합훈련을 축소·유예하면서 비핵화 협상 동력을 이어갔지만,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함에 따라 실제 무력 시위에 나설 경우 훈련이 원상 복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응을 묻는 말에 “김정은의 다음 움직임에 따라 확실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훈련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외교를 위한 문을 열어두기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훈련 축소가 북한에 맞서 싸우고 승리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능력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수개월의 사태 전개를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한미는 지난해 사실상 올해 연합훈련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미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올해 3월 초 시작이 예상되는 상반기 연합훈련 수위를 북한 상황과 연계해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는 “한미 연합훈련은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 하에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한 지난 1일 “한미 양국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상 대규모 연합훈련의 실시를 자제해 오고 있음을 확인한다”며 정부 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 입장에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추후 북한 상황에 따라 연합훈련이 축소·유예 기조를 이어갈 수도 있고, 기존대로 복원되거나 때에 따라 대규모로도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을 위한 연합훈련 유예 등 선제적인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을 위해 군이 뒷받침한다는 기조는 그대로지만, 우리가 선제적으로 비핵화 협상를 위해 축소·유예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훈련 조정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더불어 군 안팎에서는 연합훈련 중단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에스퍼 장관은 아세안확대국방회의(ADMM-Plus)를 계기로 방콕에서 만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차례로 발표하고 “적대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협상할 꿈도 꾸지 말라”고 공세를 펼쳤고, 12월에는 북미간 ‘말폭탄’까지 오갔다.

북한이 철회하라는 적대 정책 중 하나가 한미 연합훈련이다.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장도 대립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2일 발표한 ‘북한의 제7기 제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 분석자료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새로운 모델 등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훈련 향방은 다음 달께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함에 따라 2월8일 북한 건군절 열병식이나 상반기 연합훈련을 전후로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등으로 레드라인(Red-line·금지선)을 넘지 않으면서, 전략적인 도발 시기를 더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군 당국의 기조도 지난해와는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지난 1일 일선 부대에 내린 신년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비핵화 협상 결렬에 따른 군사적 위협이 점점 고조 되고 있다”며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전략적·전술적 도발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군은 정신적 대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한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지·해·공·사이버 등 전(全) 작전영역에서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임전태세) 개념 하 군사대비태세를 완비해야 하겠다”며 “적 도발 시에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고 주저함이 없이 대응해 현장에서 작전을 승리로 종결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2일(현지시간) 에스퍼 장관과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에서의 병력은 언제나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군, 해군, 육군 병력 전반에 걸친 준비태세에 매우 자신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전략무기’가 미 본토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 군사방어 역량은 국토를 보호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비한 경계병력 추가 배치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계 태세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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