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女, 미혼보다 고위직 승진 가능성 낮다 판단…“조직·문화개선 시급”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3일 1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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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력 목표 설정때 임금·혼인 여부가 주효 변수
인사제도가 육아휴직 등 가족친화제도보다 영향 커

여성들이 경력 목표를 세울 때 혼인이나 자녀 유무와 같은 개인적 요소와 기업의 인사제도 등의 조직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육아휴직과 같은 가족친화제도 유무는 여성이 경력 목표를 세울 때 주효한 변수가 되지 않았다.

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학술지에 실린 ‘개인적·조직적 요인이 여성관리자의 경력목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기혼여성은 미혼여성에 비해 경력 목표가 없을 가능성이 3.88%포인트, 초급관리자 목표 설정 가능성이 5.13%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고경영자를 목표로 할 가능성은 기혼여성이 미혼여성보다 1.0%포인트 더 낮았다.

이 연구는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대리 1년차 이상 여성관리자 12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지위 관심 없음’ ‘초급 관리자’ ‘실급 관리자’ ‘최고 경영자’ 등으로 경력 목표를 구분하고 교육 수준과 월평균 임금, 혼인여부 등의 개인적 수준과 조직문화, 인사제도, 가족친화제도 등 조직적 수준이 어떤 변수를 일으키는지 연구했다.

혼인과 경력목표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진은 “미혼일수록 경력목표를 기혼보다 높게 설정하는데 이는 만혼이나 결혼기피, 비혼주의가 여성의 경력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직도 여성에게 결혼 이후의 가정생활이 경력추구에 제약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임금도 여성이 경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임금이 1만원 올라갈수록 경력 목표를 실급관리자로 설정할 가능성은 3.9%포인트 더 높은 반면 초급관리자로 설정할 가능성은 4.5%포인트 낮았다.

반면 교육수준과 자녀유무에 따른 변수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출산·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유연근무제, 돌봄서비스, 경력 관련 상담 서비스 등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연구진은 가족친화제도 중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 직장 내 보육시설 유무 등이 경력목표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을 때 초급관리자로 경력목표를 삼을 가능성은 1.5%포인트 줄고 실급관리자를 경력목표로 삼을 가능성은 1.4%포인트 올랐다. 직장 내 보육시설 유무에 따른 경력목표 가능성은 초급관리자 1.0%포인트, 실급관리자 0.9%포인트 수준이다.

연구진은 “가족친화제도는 육아휴직만이 영향을 미쳤으나 전반적으로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가족친화제도의 영향력이 다른 변수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추후 가족친화제도와 다른 영향요인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족친화제도의 효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식화된 인사 및 성과제도가 있는 기업에 재직할 경우 여성이 초급관리자를 목표로 할 가능성은 2.4%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실급 관리자를 목표로 할 확률은 2.1%포인트 올라 육아휴직이나 직장 내 보육시설보다 큰 영향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공식화된 인사관리와 능력중심의 성과제도를 통해 차별적인 요소가 인사에 개입되지 않아야 여성이 조직 내 제약이나 차별에서 벗어나 높은 경력 목표 추구가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구진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차지해와 개인적 상황에 의해 언제든 노동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성의 임금수준을 높이고 보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 공정한 인사제도와 성과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고 가정에서도 일하는 여성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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