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받다 사망한 직원 징계한 농협…인권위 “고인과 유족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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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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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상을 떠난 직원에게 징계 처분서를 보내는 것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훼손이자 인권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2일 해당지역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재직 중 사망자에 대해 징계 관련 절차 및 통지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과 업무 매뉴얼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지방의 한 단위농협 조합장으로 알려진 A씨는 2018년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와 농협중앙회 감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조합원 경조사비 이중지급, 회의비 등 부당집행 혐의로 감사를 받고 있었다.

이후 농협은 피해자의 경비 및 경조비 부당집행 혐의와 관련해 ‘직무의 정지 6월 해당, 변상 2300만원’을 결정했다. 또 허위집행 등 행위와 관련해서는 ‘주의촉구 해당(퇴임자) 결정과 변상 1170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피해자가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원천적 한계가 있음에도 농협은 생존 퇴직자처럼 피해자의 사건을 처리해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농협 측은 “피해자가 사망했지만 조합업무 진행에 관련된 사항이므로 조합손실 손해배상 문제가 있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감사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직무정지, 주의촉구’건에 대해서는 농협이 A씨와 유족의 명예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 해당 의결은 근거 규정이 모호하고 특별히 달성할 수 있는 목적이 없음에도 불필요하게 사망자의 명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유족에게 통지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농협이)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체조사나 감사를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피해자에 대해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구체적 필요성이 없는 업무행위였다”고 봤다.

다만 인권위는 변상액에 대해서는 농협에게 유족에게 고지하는 방식 등 민사절차에 따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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