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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 임신부 구한 ‘모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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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위 임신부 구한 ‘모세의 기적’

청주=장기우 기자 입력 2020-01-02 03:00수정 2020-01-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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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진통” 도움요청 받은 경찰, 진천∼청주 20km 순찰차로 길 안내
출근길 차량들, 길터줘 20분에 주파
“순산… 새해 작은 기적 이어지길”
지난해 12월 24일 충북 진천군에서 청주시로 향하는 도로에서 순찰차와 출산을 앞둔 임신부가 탄 차량이 지나가자 다른 차량들이 길을 터주고 있다. 충북 진천경찰서 제공
“경찰관을 비롯해 많은 운전자분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세상에 나온 채호가 같은 이름을 가진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9시경 충북 진천에서 청주를 향하는 도로. 순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켜고 내달리고 그 뒤로 진천군 진천읍에 사는 신건수 씨(33)와 출산을 앞둔 아내 김경진 씨(33)가 탄 차량이 따라가고 있었다. 순찰차 조수석에 탄 진천경찰서 상산지구대 소속 이덕명 경위(50)는 달리는 내내 창문을 열고 주변 차량들에 서행을 유도했다. 뒤따라오던 차량에 타고 있던 신 씨는 순찰차가 열어주는 길을 막힘없이 달렸다.

진천에서 청주까지는 20km 정도 떨어져 있어 출퇴근 시간대면 차량으로 50분 이상이 걸린다. 중간 지점에 있는 오창사거리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라 교통 흐름이 막혀 1시간 넘게 걸릴 때도 많다. 신 씨 부부의 차량은 20분 만에 청주시 율량동의 한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차량뿐만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도 선뜻 길을 내줬다. 급히 분만실로 들어간 김 씨는 오랜 시간 진통하다 이튿날인 성탄절 0시 38분 제왕절개를 통해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신 씨는 “아침에 출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로부터 진통이 시작됐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갔다. 상황이 급해 경찰에 신고했다”며 “곧바로 찾아온 경찰관들의 도움을 받아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로 무사히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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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 부부 차량을 산부인과까지 인도한 이 경위는 “원래 관할 경계까지 이동한 뒤 청주쪽 순찰차에 인계하는 게 원칙이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했고 공조할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어서 상부에 설명한 뒤 청주까지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오전부터 눈이 내려 길이 평소보다 미끄러웠고 곳곳에 출근 차량도 많아 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운전자들 모두가 ‘홍해의 기적’처럼 길을 쉽게 내줘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이 경위에게 “크리스마스에 건강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산모랑 아이 둘 다 건강하다. 도와주셔서 순산했다. 아기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전해 달란다”는 내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신 씨의 아내도 “더없이 기쁘고 당시 도움을 준 모든 운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경위는 “세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예쁘고 건강하게 잘 크기를 바란다”며 “경자년(庚子年) 한 해 동안 모든 분들에게 ‘채호의 탄생’과 같은 작은 기적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성탄절#경찰#임산부#모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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