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관계 언급 無…‘통미봉남’ 전략 장기화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일 1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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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전원회의서 남북관계 언급 안해
F-35A 등 첨단무기 南 도입 소식에는 우회 반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남북 교류 언급 無
북한의 대남 무시 전략 지난해부터 지속 상황
성기영 "우리 정부의 대북 레버리지 상실 우려"
양무진 "오히려 美와 달리 南에는 여지 남긴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대남 무시 전략이 지속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8일에서 31일까지 이어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정부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관한 언급에 집중하는 반면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비난도 요구도 하지 않았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이나 9·19 군사 합의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대신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 또는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이란 표현을 동원해 우리 정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은 꿋꿋이 뻗치고 서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하며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 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F-35A 스텔스 전투기, 글로벌 호크 무인 정찰기 등 우리 공군의 미국산 무기 도입 부분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조미 사이의 신뢰 구축을 위해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 로켓 시험 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 조치들을 취한 지난 2년 사이에만도 미국은 이에 응당한 조치로 화답하기는커녕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차례나 벌려놓고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해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김 위원장은 제재 국면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적 자립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도 우리 정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남북 교류에 관한 발언 역시 전무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남 무시 전략은 지난해부터 지속돼왔다.

북한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며 남북 관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중재한 ‘영변 핵 폐기’ 카드를 미국이 거부한 것을 하노이 회담 실패의 원인으로 해석하며 우리 정부에 불만을 품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북 간 협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 발생해도 직접 대화와 접촉을 최대한 배제한 채 북측의 입장을 일방 통보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지난해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 철거를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는 거부한 채 문서 협의만 고집했다.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도 생중계를 불허하고 무관중 경기로 처리하는 등 남북관계 현실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표시해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태도로 우리 정부의 대북 영향력이 한동안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선미후남(先美後南)을 넘어 통미봉남(通美封南)과 통미절남(通美絶南)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북한이 남북관계에 관심을 거두고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 우리 정부의 대북 레버리지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우리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만약 전원회의 결과가 신년사를 대체한다면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여지를 남겨놓은 게 아니겠냐는 생각”이라며 “북미 간에는 대립각을 세워도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남측의 입장에 따라 대화나 대결로 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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