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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금태섭 죽이기’[현장에서/강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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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금태섭 죽이기’[현장에서/강성휘]

강성휘 정치부 기자 입력 2020-01-01 03:00수정 2020-01-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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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표현)의 공격 대상이 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뉴시스
강성휘 정치부 기자
“당론을 안 따르면 그게 무뇌(無腦) 파시스트지, 소신 넘치는 국회의원인가?”

지난해 12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한 금 의원을 제2차 세계대전 전범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또 다른 이는 트위터에 “당내 반역을 다양성으로 포장한들 역사와 변화 그 흐름에 무슨 보탬이 되겠느냐”며 금 의원을 ‘반역자’로 간주했다. 금 의원을 겨냥한 댓글과 트위터 게시글은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당론을 거스른 반역자’를 향한 ‘문파(文派·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은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31일 금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항의 전화가 온종일 이어졌다. 금 의원실 관계자는 “무시할 수만은 없어 가능한 한 많이 받으려고 노력한다”며 “금 의원이 그동안 공수처뿐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소신 발언을 할 때마다 반복된 일이라 고되지만 덤덤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 의원도 되도록 전화기를 꺼놓지 않으려 하지만 너무 많은 연락이 몰려 내용 확인도 어렵고 휴대전화도 쉽게 방전돼 버린다”고 했다. 당사자인 금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코멘트 하겠다”고만 답했다.



열혈 문파들은 문 대통령 수호자를 자처한다. 이들은 ‘평시’엔 주로 트위터상에서 활동한다. 그러다 ‘동원령’이 발동되면 일부 이름난 문파가 내린 지침에 따라 움직인다. 공격 대상의 전화번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이 좌표로 제공된다. 일사불란한 문자메시지 폭탄과 댓글은 그 결과물이다. 이들의 피아식별 기준은 ‘친문(친문재인)’ 띠를 둘렀느냐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과 박용진 의원은 당론과 반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가 호되게 당하기도 했다. 밀려드는 전화에 박 의원실은 아예 사무실 전화선을 한동안 뽑아두기도 했다. 문파들이 이러는 건 “문 대통령만은 지켜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노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을 잃을 순 없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다. 친문(친문재인)은 친노(친노무현)가 원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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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친문들의 행태를 이른바 ‘노무현 정신’, 여기서 파생됐을 ‘문재인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파격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노무현 정신이라면 지금 ‘금태섭 문자 테러’를 가하는 친문들의 행태는 정반대다. 오직 문 대통령을 지키면 된다는, 왜곡되고 과격화된 정치적 팬덤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론인데 기권(표가) 나온 건 아쉽다. 지도부가 향후 대응을 진단할 것”(홍익표 수석대변인)이라며 당 차원에서 친문들의 행태를 사실상 두둔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강성휘 정치부 기자 yolo@donga.com
#더불어민주당#금태섭 의원#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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