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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왜 멕시코·스페인 외교관 추방?…남미 좌우갈등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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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왜 멕시코·스페인 외교관 추방?…남미 좌우갈등 극심

뉴시스입력 2019-12-31 05:07수정 2019-12-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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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 측근들 멕시코 대사관으로 망명한 이후 3국간 갈등 커져

남미 볼리비아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볼리비아에 주재하는 멕시코 대사와 스페인 외교관 2명을 추방했다.

자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은 내정 간섭 혐의로 볼리비아에 주재하는 마리아 테레사 메르카도 주볼리비아 멕시코 대사와 영사를 포함한 스페인 외교관 2명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도 이날 자국에 주재하는 3명의 볼리비아 외교관을 맞추방하고 나섰다.


대체 볼리비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모랄레스 전 대통령 둘러싼 남미 ‘좌 vs 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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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사안의 시작점은 좌파 원주민 출신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다. 지난 14년간 볼리비아를 집권해온 모랄레스는 지난달 10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러 부정이 발견됐다는 국제감시단의 발표가 나오자 사임을 발표했다.
그가 물러나기 약 3주간 대선 불복시위가 이어지며 29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다.

모랄레스는 사퇴 직후인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다. 친(親) 모랄레스 인사들도 그를 따라 멕시코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

지난 여름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선 멕시코는 우파 정권에 쫓겨난 모랄레스에 은신처를 마련해 줬다. 라파스에 위치한 주볼리비아 멕시코대사관의 경비도 강화했다.

아녜스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는 “멕시코가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며 내정간섭에 나선다”며 “심각히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멕시코에 대한 행동에도 돌입했다. 멕시코 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께부터 볼리비아 정부는 멕시코 대사관저 주변에 대규모 경찰과 정보요원을 배치했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대사관저 상공에 드론을 띄워 관찰했다.

볼리비아 측은 이번 경비 강화가 멕시코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멕시코 대사가 시위대의 적대적인 행동이 이어지고 있으니 외교 시설 주변의 경비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모랄레스는 망명지를 아르헨티나로 옮긴 상태다.


◇스페인까지 번진 갈등

볼리비아와 멕시코의 갈등에 갑작스럽게 스페인이 끼어든 것은 지난 27일, 멕시코 대사관저에 들어온 스페인 대사관 승합차를 볼리비아 경찰들이 막아서면서다.

멕시코 대사는 “비명이 들렸고, 스페인 외교관들을 다시 안으로 불렀다”고 스페일 일간지 엘스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해당 차에 탑승해있던 스페인 외교관 2명은 1시간 동안 고립돼 있다 볼리비아 외교부가 보낸 차편을 통해 멕시코 대사관저를 떠날 수 있었다.

볼리비아 내무장관은 스페인 측이 모랄레스 정권에서 대통령실 장관을 지낸 라몬 킨타나를 빼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킨타나는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한 뒤 현재 멕시코 대사관저에서 8명의 친모랄레스 인사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스페인 외교부는 외교관들은 예방 차원의 방문을 한 것이라며 모랄레스의 측근이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려 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스페인 정부는 조만간 라파스에 사람을 보내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엘 파이스는 이날 스페인 대사는 승합차에 냉장고를 싣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적폐 청산, 혹은 아녜스의 야심

임시 대통령인 아녜스와 추종자들의 요구는 확실하다.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킨타나를 비롯한 전 정부관계자들을 넘겨달라는 것.

현 임시정부 입장에서는 시민의 죽음과 맞바꾼 정권 교체다. 이전 정부의 부패를 청산해야 할 시점에 멕시코, 스페인 등 이웃 국가가 막아섰으니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아녜스는 스페인을 향해 “볼리비아 경찰과 시민들에 도전해 볼리비아에 있는 멕시코 땅으로 은밀하게 들어갔다”며 “우리는 이를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녜스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임시’ 처지다.

볼리비아 우파 야당 민주사회주의운동 소속인 아녜스는 모랄레스의 사퇴 후 공석인 상원 의장직을 승계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에 올랐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그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조차도 주저하는 상황이다.

엘 파이스에 따르면 멕시코 대사와 스페인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는 아녜스의 주장에 멕시코 상원 중진 의원들은 “임시 대통령은 외교관 추방 결정권이 없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안팎으로 그의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다음 선거에 의미있는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동안 뚜렷한 성과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불안한 권력을 쥔 아녜스가 자신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멕시코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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