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치적 부담 안고 이광재 사면…정치사범 포함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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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30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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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이뤄진 정치인 사면 …정치사범 원칙 배제 입장 선회
靑 "이광재, 뇌물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5대 범죄 해당 안돼"
'협치·통합' 자주 언급하는 文대통령…집권 후반기 염두 포석
자서전 '운명'에 이광재 강원도지사 승리 감회…"약진 감격적"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음에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시키면서 청와대가 제시한 명분은 사회적 통합이다. 중대 범죄자의 경우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대선 공약에서 한 발 물러나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도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적폐청산 과제 추진 과정에서 쌓인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절실하다고 보고 집권 4년 차 국정 방향을 특별사면 대상자 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집권 초 개혁 과제에 집중하느라 불가피하게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고, 이를 치유하는 것을 후반기 국정 운영의 기조로 삼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형사범,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등 총 517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오는 31일부로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 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171만2422명에 대한 특별감면조치도 함께 시행됐다.

이번 특별사면·복권 대상에는 이 전 지사를 비롯해, 선거법 위반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과 신지호·공성진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선거사범 267명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현 정부 들어 정치인 사면은 2017년 첫 사면 이후 2년 만이다.

두 번째 사면이었던 지난 3월 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때는 7개 시국집회 사범을 비롯해 일반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등 4378명의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했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줄곧 사면 대상자에서 배제됐던 것에 대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특별 사면한 뒤로는 정치 사범에 대한 사면을 하지 않았다. 서민 생계형 사범 위주로 사면 대상자를 꾸렸고, 정치·경제 사범은 원칙적으로 배제해왔다.

지난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정치인 사면을 자제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 전 지사의 경우 엄밀히 5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자기 검열’을 거쳐야 했다.

지난 3·1절 특사 대상자 발표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지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제외 배경에 대해 “딱히 5대 중대 범죄 범주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돈과 관련된 정치자금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사면에서 배제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9개월 만에 다시 이뤄진 이번 신년 특별사면에서는 정치 사범은 물론 선거 사범까지 대거 포함됐다. 2008년 18대 총선, 2010년 제5대 지방선거 관련 선거 사범의 경우 이미 2차례 이상 같은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은 만큼 사면의 기준을 정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2020년 신년 특별사면은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민생 사면이자 국민 대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사면”이라면서 “이번 사면을 통해서 사회 통합을 지향했고, 지난 9년 동안 선거사범에 대한 특별사면이 없었음에도 엄격한 기준 적용을 통해 그 인원이 현격히 감소됐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은 앞선 두 차례의 특별 사면 때도 내세웠던 명분으로, 크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문 대통령이 집권 4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민생과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있었지만 민생·통합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이 전 지사는 참여정부에서 각각 민정수석과 국정상황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다면,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평가 받는다.

이 전 지사가 차기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길을 터줬다는 시각도 아주 없지는 않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년 만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주기를 끝낸 후 지방선거에서 (노) 대통령의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분들이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면서 “그 중에서도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세 사람의 약진은 특히 감격적이었다”고 적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만 “(특별 사면 과정에 다른)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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