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간 신태용 감독 “다시 시작하려니 엔도르핀 돌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9일 0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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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
"베트남 박항서 감독과 '윈윈'할 것"

역시 승부사다웠다. 1년5개월의 공백을 깨고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태용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모처럼 느끼는 설렘에 “엔도르핀이 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고마움을 전하며 반드시 성공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제 처음으로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하는데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신 감독은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취임을 직접 알렸다. 신 감독은 앞으로 4년 동안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끈다.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뒤 신변정리를 위해 일시 귀국한 신 감독은 “막연하게 ‘가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만 하다가 사인을 하니 걱정도 앞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검증된 신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보장했다. 그러면서 A대표팀, U-23, U-20 대표팀은 물론 U-17 대표팀까지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중국 등에서 거액을 약속 받았던 신 감독은 진정성에 마음이 끌렸다.

“바로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말하니 ‘좋은 아이디어’라더라.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을 감독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했다”고 웃은 신 감독은 “성인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U-22 대표팀이 나선) 베트남과의 동남아시안(SEA)게임 결승전을 보니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신태용의 축구철학을 입히면 빠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를 원하고 있다. 3개 대표팀 지휘를 신 감독에게 일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2년 뒤 안방에서 치러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의 성공 의지가 각별하다.

신 감독은 “미팅을 해보니 U-20 월드컵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더라.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고 “월드컵 예선은 5전 전패로 어렵고, SEA게임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 돌아가자마자 20세 선수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훈련할지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후 다시 현장을 책임지게 된 신 감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했다. “계약 전날 피곤해서 밤 11시에 잠들었는데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깊이 잤는데 생각이 많으니 일찍 깼다”면서도 “긴장 속 엔도르핀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한다는 자체로 가슴이 벅차다”고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출국 전까지 3년이 유력했던 계약기간은 4년으로 최종 확정됐다. 옵션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온전한 4년짜리 계약서다.

신 감독은 “처음에는 그쪽에서 3+2년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옵션 2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2년만 하자고 했다. (3년 계약을 맺으면) U-20 월드컵에서 내가 못했을 경우 1년이나 불편한 동거생활을 해야했다. 그래서 2년만 하자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 쪽은 2024년 올림픽 예선 통과를 염두에 두고 있더라. 그 경우 계약기간이 맞지 않으니 4년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4년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보탰다.

코치진 구성은 어느 정도 마쳤다. 한국에서는 김해운 골키퍼 코치, 공오균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가 합류한다. 당초 한국인 수비 코치를 한 명 더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 추가 한국 코치 대신 이달 초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과 SEA게임 결승을 치렀던 인드라 샤프리 감독이 ‘신태용 사단’에 힘을 보탠다.

신 감독은 “모르는 문화권에서 우리끼리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쪽에서 유능한 지도자들을 붙여준다고 했고, 나도 슈틸리케 감독 때 경험을 해보니 경험이 축척됐다”면서 “현지 지도자들도 존중해주면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나 포함 4명만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행을 택하면서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과의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신 감독은 “많이 비교되겠지만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박 감독님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윈윈(WIN-WIN)할 부분을 만들 것”이라면서 “내가 박 감독님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고 (베트남의) 이영진 코치님도 잘 안다. 만약 내가 안 되면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국내에서 보낸 뒤 내달 5일 인도네시아로 떠날 계획이다. 맘 편히 한국에서 생활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일정이 타이트하고 3개팀을 맡으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한국에 올 시간이 없을 것”이라면서 “인도네시아가 현재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U-22와 U-19 대표팀은 괜찮다는 평가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을 접목시키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 도전에 대한 설렘을 내비쳤다.

[인천공항=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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