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취미도 ‘구독’하세요…운동기구부터 차·원두·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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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9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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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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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씨(가명)는 새해를 맞아 운동을 결심하면서 ‘로잉머신’(노 젓는 형태의 운동기구)을 집에 들일까 고민 중이다. 하지만 오래 전 사놓고 ‘빨래 건조대’로만 쓰이는 러닝머신이 눈에 밟힌다. 로잉머신도 똑같이 방치될까봐 걱정하던 김씨는 운동 기구를 사는 대신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새해를 맞아 큰맘 먹고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새 취미를 위해 큰 돈들여 사놓은 각종 취미기구나 용품은 몇 번 쓰지도 않은 채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취미 산업에도 ‘구독경제’가 확산되면서 ‘러닝머신=비싼 빨래건조대’는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이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추천받아 경험한 뒤 적합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구독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몇 달뒤면 ‘빨래건조대’ 되는 운동기구…‘구독경제’ 도입으로 옛말
롯데렌탈(롯데렌탈 제공) /뉴스1
롯데렌탈(롯데렌탈 제공) /뉴스1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렌탈서비스 ‘묘미’는 로잉머신·승마운동기·워킹머신 등의 운동기구 대여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일정 기간 동안 대여료를 낸 뒤 운동기구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이후 대여 기간이 만료되면 기구를 구매할 지 또는 반납할 지를 정한다.

보통 고가의 운동기구는 이용자가 평생 쓸 생각으로 구입하지만 산 지 몇 달이 채 안 돼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구독경제의 일종인 대여서비스의 경우, 이용자가 기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시 반납이 가능해 고가의 운동기구가 ‘빨래 건조기’로 전락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묘미는 Δ바이올린·클라리넷·플루트 등의 클래식 악기 Δ카메라·빔프로젝트 등의 미디어기기 Δ자전거·스케이트보드·전동킥보드 등의 모빌리티 기구 대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마찬가지로 고가의 취미·레저 기구를 빌려 ‘맛보기’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새해 ‘작심삼일족(族)’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 ‘차·원두·술’도 구독…양질의 제품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오설록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 12월 구성품(아모레퍼시픽 제공)/뉴스1
오설록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 12월 구성품(아모레퍼시픽 제공)/뉴스1

새해에 차와 커피, 술 등 기호식품의 맛을 다양하게 느끼고 싶은 이들도 구독경제 서비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원두·술 같은 식음료 분야는 지식이 쌓일수록 새로 시도해 볼 만한 제품 가짓수가 계속 늘어난다. 구매가 아닌 ‘구독’ 방식으로 소비하면 적은 비용으로 전문가가 엄선한 양질의 제품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의 차(茶)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은 식음료 구독 서비스의 대표 사례다. ‘다다일상’은 매월 1일 ‘이달의 차’와 다구류를 구독자에게 배달한다. 차를 마시는 방식을 뜻하는 다도는 재료가 되는 찻잎과 관련용품의 종류가 많아 진입 장벽이 높은 취미 활동으로 꼽힌다. 차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찻잎과 다도 용품을 개별 구매하지 않아도 구독료만으로 간편하게 다도를 즐길 수 있다.

빈브라더스의 ‘월간 빈브라더스’, 커피리브레의 ‘장복’, 프릳츠의 ‘원두와 함께’ 등은 원두 구독서비스다. 세계 곳곳의 원두 산지에서 출하한 싱글오리진 원두와 블렌딩(혼합) 원두까지 더하면 원두의 종류는 무한대에 가깝다. 3사의 원두 구독서비스는 전문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추천하는 원두를 소분해 정기 배송하기 때문에 커피 애호가들이 적은 비용으로 세계 각지의 원두를 접할 수 있다.

구독경제 모델을 술 시장에 도입한 전통주 구독서비스 ‘술담화’와 와인 구독서비스 ‘퍼플독’도 있다. 술담화는 구독자가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면 자사가 추천하는 전통주 2병과 안주가 담긴 ‘담화박스’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퍼플독도 정기구독료를 내면 와인 전문가나 인공지능 서비스가 추천한 와인이 매월 한 차례 배달된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혜택…구독모델, 취미산업 발전에도 도움

비싼 표 값 때문에 ‘N차’ 관람이 부담됐던 공연·예술 분야도 구독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국립극장의 레퍼토리시즌 패키지는 국립극장 상연작의 관람권을 결합 판매한다. 판소리·해외초청작 등 분야별 관람패키지를 사전 예매하면 일정 기간 동안 보고 싶은 공연을 정해진 횟수만큼 관람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도 정기 공연을 연이어 하는 예술단의 공연 관람권 패키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양사의 패키지 예매는 일정 금액을 선불로 내면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경제 모델을 관람권 판매에 적용했다. 패키지 예매로 표를 사면 개별 공연별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 가능하다. 공연 예술을 정기적으로 접하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돼 멀리했던 이용자들에게 희소식이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험 소비의 유행’이 구독경제가 취미 산업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경험과 취미 활동을 즐기는 소비 트렌드가 구독 경제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구독 경제 모델은 개별 구매할 때보다 저렴한 돈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며 “구독 모델 확산은 비용이 많이 드는 공연예술 같은 취미활동의 인기를 견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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