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 DTC(유전자검사) 확대[기고/김경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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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가정의학 전문의
김경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가정의학 전문의
내년부터 비(非)의료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검사(DTC) 항목이 기존 12개에서 56개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검사기관이 직접 유전자검사를 하는 DTC는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4차산업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억4000만 달러로 매년 20%씩 성장한다. 국내에서는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는 비만, 고혈압, 비타민C 농도, 탈모 경향성 등에 대해 DTC가 시행됐다. 하지만 항목이 적고 질병에 대한 DTC는 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어 서비스 규모는 미미했다. 산업계는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수준으로 DTC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은 검사를 비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해왔고 일부 시민사회는 의료 영리화의 일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년간 민관협의체 회의, 공청회, 시민단체 협의, DTC 인증제 시범사업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거쳐 웰니스(wellness) 영역에 한하기는 하지만 DTC 적용 항목을 늘렸다.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이 치열할 때 정부가 모범적으로 절차를 밟아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항목 확대와 더불어 무분별한 사업이 되지 않도록 유전자검사 인증제에 준하는 외부정도관리 및 현장평가를 통해 기준에 맞는 업체에만 서비스 확대를 허용하고 시장 상황 모니터링 강화 등의 안전장치를 만든 것도 바람직하다.

질병과 직접 관계없는 개인의 특성, 운동, 영양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가 검사기관에 검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국민건강 증진과 소비자 알권리 충족이라는 교차방정식을 잘 풀어냈다. 질병 예측 DTC에 대해서는 규제 샌드박스라는 또 다른 갈등 해결 창구를 만들어 산업계의 요구를 공개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결과를 궁금하게 한다.

다만 시범사업으로 드러난 개별 업체의 역량 차이는 컸고 같은 항목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인 점 등 한계도 노출됐다. 질병과 달리 웰니스 영역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큰 원인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국민의 유전형에 따른 웰니스 등 형질을 추적 조사해 DB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축적한 유전체 DB의 공개를 확대해 산업계나 의료계의 역량 강화에 도움을 주기 바란다.

최근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DTC를 해외에서 수행하거나 생명윤리법에서 금지한 보험 가입이나 마케팅 등에 유전자검사 결과를 활용하는 등의 시장 혼탁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경쟁에 매몰된 업체들의 부정확한 검사가 성행하는 것을 막고 우수 업체가 성장하도록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는 DTC가 환경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를 이해해 맹신하지 않아야 한다. 질병이나 개인 특성은 유전자로만 결정되지 않고 생활습관이나 환경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금연이나 운동 등 건강 증진 행위를 늘리는 방향으로 DTC 결과를 생활에 적용하기 바란다.

김경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가정의학 전문의
#유전자검사#dtc#질병#웰니스#건강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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