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끌어온 대구시 신청사 건립… 시민 공론화로 해결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옛 두류정수장으로 입지 결정, 3000억원 투입해 2025년 완공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지는 내달 21일 주민투표 실시해 확정
권영진 대구시장 “2020년에는 지방정부 성공시대의 서막 열겠다”

23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왼쪽부터)이 신청사 건립 예정지 확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대구시 제공
23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왼쪽부터)이 신청사 건립 예정지 확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대형 사업들이 하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도시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신청사 입지 및 통합 신공항 이전지 결정, 물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 등 3대 현안은 물꼬를 텄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대구가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세계적인 도시로 대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벌써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인접 지방자치단체가 동참하는 상생 협력 방식을 도입하면서 전국적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시민 공론화로 신청사 입지 결정

대구시는 2025년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에 신청사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시민 250명이 참여한 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통해 입지를 결정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한 것은 전국 처음이라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구 신청사 입지로 확정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대구 신청사 입지로 확정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우여곡절을 겪으며 15년간 표류했던 이 사업은 결국 시민의 손으로 결실을 맺었다. 당초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민 참여형 의사 결정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뛰어넘었다. 김태일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대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의 권한을 시민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고 수준의 민관 협치”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약 3000억 원을 들여 신청사를 건립한다. 올해 9월 공개한 기본 구상에 따르면 실내 면적은 7만 m²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 업무 공간은 5만 m², 법적 의무 시설 1만 m² 외에 나머지 1만 m²는 시민 편의공간으로 조성한다.

신청사가 들어설 곳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 죽전, 감삼, 두류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2021년 준공 예정인 서대구 고속철도(KTX) 역사와 승용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신청사가 교통의 요충지가 될 것”이라며 “대구 도심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옛 두류정수장은 산과 못이 있는 ‘도심의 허파’인 두류공원과 가깝다. 대구문화예술회관, 테마공원, 야외음악당 같은 복합문화시설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대구시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 미래 신성장동력인 통합 신공항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최종 이전지는 내년 1월 21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확정한다. 후보지인 의성군 군위군 각 100명이 지난달 22∼24일 토론과 협의를 거쳐 이전지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 이달 4, 5일에는 이전 주변 지역 지원 계획을 위한 공청회도 열었다.

탈락 지역의 반발은 최소화될 것이라는 게 대구시와 경북도의 판단이다. 이번 정책 결정 또한 지역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숙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시도뿐만 아니라 의성군 군위군 등 4개 지자체 합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신공항의 여객 수요는 개항 시점인 2026년 490만 명을 시작으로 2050년에는 9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객 10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시설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내용은 경북도가 최근 공개한 연구 용역에서 나왔다.

항공 수요를 감안한 시설 규모는 활주로 3200m, 여객터미널 6만9000m², 계류장 22만 m²로 분석됐다. 현재 대구공항에는 활주로 2755m, 여객터미널 2만7088m², 계류장 5만1182m² 시설이 있다.

경북도는 통합 신공항 지역에 항공전자부품단지, 항공전자수리정보개조(MRO)단지가 들어서는 항공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배용수 경북도 건설도시국장은 “통합 신공항은 대구 경북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전 세계와 직접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협력해 통합 신공항 최종 이전지 선정 이후 탈락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대구 경북 상생발전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이전 터에 미래 산업과 주거, 문화예술, 관광 등을 접목한 스마트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 지방 성공 시대 이끌 대구

대구시는 내년을 시민 대통합과 대구 재도약의 원년으로 꼭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28민주운동 60년과 연계해 새로운 대구시민의 날(2월 21일)을 선포하는 한편 물 산업 클러스터를 비롯한 미래 자동차, 로봇, 의료 등 ‘미래 대구’를 열어갈 굵직한 현안들을 본격 추진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계기로 ‘지방정부 성공시대’의 서막을 반드시 열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달빛동맹(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을 더욱 긴밀하게 추진해 남부권 경제공동체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7월부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권 시장은 “다른 지자체와의 유기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지방의 힘이 대한민국의 심장이 되도록 하겠다. 지방분권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등 실질적인 분권에도 힘을 더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신청사 입지#통합 신공항#산업 클러스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