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는 목소리, 세대 뛰어넘는 위로를 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위안부 할머니 헌정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3집 발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9일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헌정 음반 참여자들. 왼쪽부터 송은지, 김완선, 황보령. 이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기획했는데 한일 관계가 이렇게 흐를 줄은 몰랐다. 정치적 이슈를 떠나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자는 의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9일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헌정 음반 참여자들. 왼쪽부터 송은지, 김완선, 황보령. 이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기획했는데 한일 관계가 이렇게 흐를 줄은 몰랐다. 정치적 이슈를 떠나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자는 의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여전히 한일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국내 음악가들이 힘을 모아 만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헌정 음반이 나온다.

가수 김완선 송은지, 음악 기획자 이윤혁 서상혁 씨 등은 본보에 ‘이야기해주세요―세 번째 노래들’을 28일 국내 여러 음원 서비스에 먼저 발매한다고 밝혔다.

김완선,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황보령, 슬릭, 소월, 이봉근, 김율희, 사이, 악단광칠, 송재경 등 10여 팀이 새로 만든 16곡을 담았다. ‘나의 고향’(황푸하 김해원), ‘할머니의 산책’(김목인), ‘악순환’(최고은) 등의 노래에 위안부에 관한 문제의식이나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 음악가와 기획자 모두 일체의 금전적 대가 없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9일 만난 참여 음악가들은 “할머님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더 나아가 우리 안의 따뜻함을 회복하며 사랑과 평화에 대해 노래하자는 생각에 음반을 만들었다”고 했다.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한다. 25일 ‘텀블벅’(tumblbug.com)의 ‘이야기해주세요’ 페이지에서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CD와 에코백 등 관련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후원금은 음악 마스터링, CD 제작, 홍보 등 후반 작업 비용으로 쓴다.

‘이야기해주세요’의 첫 음반은 2012년에 나왔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멤버 송은지가 처음 제안과 기획을 했다. 한희정, 정민아, 오지은, 이상은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듬해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두 번째 노래들’에는 이효리도 참여해 더 화제를 모았다. ‘이야기해주세요3’을 통해 이 연작은 6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송은지는 “거의 혼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왔다. 몇 년간 멈춰 있다 ‘이야기해주세요’ 1, 2집에서 발생한 음원 수익이 수백만 원에 이른 것을 확인하고 다시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에는 팀을 꾸렸다. 황보령 서상혁 이윤혁 김보휘 허영균 박창현 등 음악가, 기획자, 디자이너가 기획과 섭외에 머리를 맞댔다. ‘단톡방’을 만들어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위안부 관련 영화 개봉 정보, 유튜브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여성 음악가들로만 구성한 앞 두 앨범과 달리 이번에는 남녀 음악가가 함께 참여했다. 황보령은 “전쟁에서 희생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까지 주제를 넓혀 봤다”고 했다. 송은지는 “서로 다른 장르를 하는 이들의 합작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 역시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김완선은 뭉클한 발라드이자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 ‘Here I Am’을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불렀다. 김완선이 헌정음반 성격의 작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은지 씨가 제안을 해줬어요.”

동시대의 다양한 여성들이 말없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독특하다. 김완선은 “다양한 여성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세대에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앨범의 대단원은 ‘We Are the World’처럼 이어 부르는 합창곡 ‘평화로운 사람들’. ‘며칠째 비가 오네요 이제는 조금 지쳐요’로 시작한 노래는 끝내 희망의 별빛을 띄운다.

‘우리 사이가 멀어지더라도 이것만은 잊지 말아요/우리 터온 아름다운 길 위엔 언제나 큰 별이 빛날 거니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위안부 헌정 음반#이야기해주세요#김완선#황보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