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크리스마스가 있다? 없다? [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8>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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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크리스마스가 있다?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가 정답입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12월 달력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기념일은 북한 헌법 제정일인 12월 27일이 유일합니다. 북한에 지금 ‘숨 쉬는’ 종교는 없습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입니다. 학교에서도 종교는 나쁘다고 가르치고요. ‘조선어사전’은 가톨릭 신부를 ‘바티칸의 앞잡이로서…’라고 정의합니다. 한국에서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탈북민들은 “주체사상이 성경을 대신한다”고 말합니다. ‘김일성교’를 믿는 겁니다.
지하 교회. 동아일보DB
지하 교회. 동아일보DB

하지만 북한에는 지하 교회가 있습니다. 미국 장로교단에서 북한 선교를 하는 이반석 목사는 “북한에서 교회는 70년간 핍박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북한 전역에 비공식적 형태로 존재한다”고 밝힙니다. 지하교회 신자들은 숨어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합니다. 크리스트교를 신봉하다 정치범수용소에 투옥된 이들도 있고요. 탈북민이 한국 교회에서 북한 지하교회에서의 활동을 간증하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을 중개(仲介)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는데요. 1991년 김일성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평양 방문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바티칸은 평양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다면 데려와 달라”고 요구합니다. 교황의 해외 방문은 가톨릭 수장으로서 신자를 찾는 사목 방문(Pastoral Visit)이 원칙입니다.

이에 평양시 당국은 주민등록부를 뒤져 6·25전쟁 이전까지 독실하던 신자를 찾아냈습니다. “하나님을 믿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수령님이 계신데 하나님을 믿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고 정색합니다. “독실한 신앙인을 찾아내야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자, 할머니는 그제야 “한번 마음속에 들어오신 하나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북한 노동당이 이때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했다”고 합니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참조).
지하 교회에서 사용하는 초미니 성경.
지하 교회에서 사용하는 초미니 성경.

‘언박싱평양’ 8화 주제는 ‘북한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인턴들과 함께 지하교회에서 사용하는 초미니 성경도 구석구석 살펴봅니다. 숨기기 좋은 이 성경은 가로 5.8㎝, 세로 9㎝입니다. 글자 크기는 가로, 세로 각 1㎜고요. 시력이 나쁜 사람은 돋보기 없이 읽을 수 없을 만큼 글자가 작습니다. 북한에도 성당과 교회가 있기는 합니다. 1988년 장충성당과 봉수교회, 1989년 칠곡교회가 평양에 건립됐습니다. 신앙의 자유가 있다고 외부에 선전하고자 세웠다는 게 일반적 평가입니다.

‘언박싱평양’ 8화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1~7화는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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