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은퇴하는 이세돌 “한판 잘 즐기고 간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1일 18시 50분


코멘트

국산 AI '한돌'과 최종대국 불계패…"졌지만 즐거웠던 승부"
"행복했던 순간 많았다…새출발하지만 삶의 '우위'는 바둑"

이세돌 9단이 고향에서 열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아쉽게 패하며 24년여 간 몸 담았던 바둑계를 떠났다.

NHN이 개발한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vs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3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181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마지막 대국이 열린 신안군은 이 9단의 고향이다. 이 9단은 은퇴 대국을 1승 2패로 마무리하며 24년4개월 프로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9단은 이세돌은 24년간의 바둑 인생을 “한 판 잘 놀다간다”로 표현하며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다. 이제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제 인생은 ‘반환점’을 맞이하지만, 바둑은 여전히 내 삶의 ‘우위’다”라며 인생 2막을 기대케했다.

그러면서 “바둑 인생은 물론 어려웠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즐거웠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오늘도 비록 패했지만 즐겁고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이날 최종국에 대해서는 “나름 초·중반은 제 페이스대로 뒀던 것 같다. 종반부에 예상 못한 수를 많이 당한 뒤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며 “초반 선택, 중반에서 크게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좋은 수를 둘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돌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 9단은 “솔직히 접바둑으로 따지자면, 아직 강하다고 인정하기는 좀 그렇다. 제가 아닌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너끈히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9단은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은 중요하다. 고향에서 국민과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을 비롯한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면서 “응원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큰 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지난달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역 생활을 하면서 18차례의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의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기원 공식 상금 집계로 98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에 올랐다. 2014년 구리 9단과의 10번기에서 6승 2패로 승리했다.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해 1승 4패로 패했으나, 인류 최초로 바둑 AI를 상대해 1승을 거둔 주인공이 됐다.

이날 승리를 거둔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올해 1월 신민준·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전승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첫 출전, 3위 수상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한편, 이번 최종국은 이세돌의 고향에서 열린 은퇴 대국인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이 9단의 어머니 박양례씨와 누나 이세나씨, 형 이상훈 9단과 이차돌씨 등 가족들이 이세돌의 마지막 대국을 지켜보기 위해 대국장을 방문했다. 이세돌이 나고 자란 신안 비금도 주민 40여 명도 현장 응원을 펼쳤다.

어머니 박씨를 비롯한 고향 주민 응원단은 비금도에서 여객선·전세버스를 이용해 1시간 40분 걸려 대국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신안=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