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송’ 아닌 ‘소주한잔’?…‘기생충’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 비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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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얗게 불태우네 / 없는 근육이 다 타도록 / 쓸고 밀고 닦고 / 다시 움켜쥐네 / 이젠 딱딱한 내 손바닥 아, 아, 아… / 차가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 손톱 밑에 낀 때가 촉촉해 / 마른하늘에 비구름 / 조금씩 밀려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16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소주한잔(A Glass of Soju)’으로 주제가상 부문에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국내에서 ‘1000만 영화’에 대열에 합류한 ‘기생충’을 본 관객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관객들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제시카송’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른바 ‘제시카 징글’로도 통하는 ‘제시카 송’은 극 중 기정 역의 박소담이 불렀다. 기정이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고 읊는다. 그녀가 ‘독도는 우리땅’ 선율에 맞춰 자신의 허위 프로필을 외운 것이다.

‘제시카 송’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일부에서는 일찌감치 이 곡이 아카데미의 ‘주제가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DM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돼 유튜브 등에 떠돌아다녔다.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가 적힌 티셔츠·머그컵 등이 온라인 몰에서 팔리기도 했다. 원곡 ‘독도는 우리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데 ‘소주한잔’이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오른 것이다. 일부 중년은 이 곡의 제목을 듣고 임창정의 ‘소주한잔’을 떠올렸을 정도로 관객들의 뇌리에는 박혀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이 곡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삽입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관객이 극장 밖으로 나갈 때 흘러나오니 인상 깊지 않을 수 있다.

‘기생충’ OST에도 실린 해당 곡에는 가난 속에서도 분투하며 사는 극 중 기우의 상황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 기우를 연기한 최우식이 직접 불렀다. 기우의 처연한 상황이 유머러스하게 담겼다.

노래를 부른 최우식은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기우가 부른 거라고 생각을 했다. 가사도 기우의 마음을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봉 감독은 앞서 ‘소주 한 잔’에 대해 “젊은층은 다 잘 되기를 바랄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고 쉽지가 않다. 거기서 오는 슬픔, 두려움이 있다.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 느낌도 영화의 작은 일부다. 거기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식군의 느낌이 담긴 노래가,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주한잔’의 노랫말은 봉 감독이 직접 지었다.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편곡했다. 정 감독은 ‘기생충’ 개봉과 맞물린 영화 주간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영화를 어떻게 끝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봉준호) 감독님이 관객이 집에 갈 때 소주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기에 그런 씁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밴드 ‘긱스’ 등에서 활약한 정 감독은 대중음악계에서 ‘천재 뮤지션’으로 통한다. 가수 박효신과 협업으로 유명하며 연극, 무용, 뮤지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음악가’다.

싱가포르에서 공연한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음악감독, 뉴욕에서 열린 ‘평화 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공연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기념 만찬 공연 등에서 한국음악을 세계로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 분야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감독과 봉 감독은 지난 2014년 영화 ‘해무’의 음악감독과 제작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로도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2017년 6월 개봉한 봉 감독의 영화 ‘옥자’의 총괄 음악감독을 맡은 정 감독은 한국음악가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음악상 예비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소주한잔’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스피치리스’,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인투 더 언노운’, 뮤지컬 영화 ‘로켓맨’의 ‘(아임 거나(I’m Gonna)) 러브 미 어게인‘ 등 쟁쟁한 14곡과 함께 후보로 지명됐다.

한편 아카데미 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9개 부문 쇼트리스트 명단에서 ’기생충‘은 최우수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예비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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